손보 13개사 전속설계사 14.1만명 돌파…1년 새 2.4만명 급증
메리츠화재 1.1만명 흡수하며 압도적 1위…당국 “내부통제 강화 지도”

주요 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손해보험사들이 전속설계사 확보에 공을 들이며 전속설계사 채널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현상은 최근 생명보험 업계의 대세인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흐름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생명보험사들은 제판분리 활성화로 법인보험대리점(GA)에 무게추를 더 올리는 추세다.
손해보험 업계는 이와 관련해, 전속설계사는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 보장성 상품을 자사 전략에 맞게 판매할 수 있는 반면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판매해야 하는 특성상 수수료가 높은 보험사 상품에 힘을 더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손보사들의 핵심 수익원은 건강보험 등 장기 보장성 상품이다.
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13개 손보사들의 전속설계사 수는 2025년 말 14만1851명이다. 이는 2024년 말 11만7265명 대비 2만4586명(21.0%) 늘어난 수치다.
전속설계사 증원 전쟁의 가운데에는 메리츠화재가 있다. 메리츠화재는 1년 사이 전속설계사를 3만2663명에서 4만4089명으로 1만1426명(35.0%) 늘리며 매머드급 조직을 구축했다.
참고로 메리츠화재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N잡러를 위한 ‘메리츠 파트너스’를 현재 운영하고 있다. 전속설계사 개념인 메리츠 파트너스는 도입 첫해인 2024년 말 4200명 수준에서 2025년 말 1만2000명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에 업계 1위 수성에 비상이 걸린 삼성화재 역시 맞불 작전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전속설계사 수를 2024년 말 2만877명에서 2025년 말 2만5341명으로 4464명(21.4%) 증원하며 리쿠르팅 속도에 불을 붙였다.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외에 롯데손보 3093명(4443명→7536명, 69.6%), 한화손보 2021명(1만1961명→1만3982명, 16.9%), KB손보 1298명(1만1353명→1만2651명, 11.4%), DB손보 798명(2만60명→2만858명, 4.0%), 현대해상 678명(1만2848명→1만3526명, 5.3%), 흥국화재 544명(2004명→2548명, 27.1%) 등도 전속설계사 쟁탈전에 가세했다.
이런 손보사들의 전속설계사 쟁탈전의 중심에는 앞서 언급된 ‘N잡 전속설계사’가 자리잡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운영 중인 메리츠 파트너스 이전에 롯데손보는 2023년 12월, 모바일 영업지원 플랫폼 ‘원더’를 출시하며 ‘스마트 플래너(SP)’ 제도를 본격화했다. 삼성화재도 지난 1월,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전속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는 N잡러 전용 설계사 조직인 ‘N잡 크루’를 론칭했으며, 광고 캠페인도 선보였다.
업계는 이런 N잡 전속설계사가 기존 전속설계사 대비 비용 부담을 낮추고 영업 기반을 빠르게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봤다. 특히 지인·생활밀착형 영업이 가능한 N잡 전속설계사는 보장성 상품 중심의 소액·다건 계약 확보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업 형태의 N잡 전속설계사가 대거 유입되면서 손보사 전속설계사 채널의 외형은 커졌지만, 질적 지표에는 그늘이 드리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 보험사 판매채널 영업효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 전속설계사 정착률은 54.0%로 전년 55.9%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N잡 전속설계사들이 연평균 2.9건만 모집하는 부업 형태로 활동하면서 정상적인 모집활동 기준(10건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영향이다.
실제로 N잡러를 제외할 경우 손보사 전속설계사 정착률은 58.3%로 오히려 전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감소 역시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손보사 전속설계사 1인당 월평균 소득은 N잡러 유입 여파로 전년 263만 원보다 8.4% 줄어든 241만 원에 그쳤다. N잡 채널 전속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13만 원으로 전속설계사 평균 대비 현저히 낮았으며, 초기 계약 효율성을 나타내는 13회차 유지율(82.2%) 역시 전체 전속 평균(88.4%)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전속설계사 채널 내 N잡러 확산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를 지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감원 관계자는 “N잡 전속설계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자체 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완전판매 절차 준수와 소득 수준 과장광고에 대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손보사들이 외형 확장을 위한 증원 경쟁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수만 명의 전속설계사가 급증하는 양적 성장은 자칫 개개인의 전문성 하락과 불완전판매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손보사들이 전속설계사 증원 경쟁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늘어난 인력이 실질적인 자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혁신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한층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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