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9조 베팅…철강 본업은 적자 전환
차입금 9조 돌파, 부채비율 69.9%로 상승
시총 떠받치는 건 철강 아닌 모비스 지분 3조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거는 베팅 규모를 뒷받침해 줄 본업의 체력이 현저히 악화되고 있다. 58억 달러(약 9조원) 규모 미국 제철소라는 미래 청사진의 이면에는 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철강 사업이 있는 것이다. 회사가 낙점한 미래 성장 동력을 현재 수익 기반이 떠받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무 체력 갈수록 고갈…미국 투자 부담 커져
9일 현대제철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조73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4.6% 증가했다. 반면 수익성은 감소했다. 연결 영업이익은 15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3.7% 급감하며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았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별도 재무제표다. 현대제철은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 72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외형을 키우는 동안 수익성이 무너진 것이다. 연결 영업이익이 흑자를 유지한 것도 강관 자회사인 현대스틸파이프의 관세 환급 영향과 해외 코일센터의 미실현 이익 인식 등이 반영한 결과였다
적자 전환의 직접적인 원인은 마진 하락에 있다. 고로는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하로 ASP(평균판매가격)가 톤당 4만원 떨어지는 동안 투입 단가가 톤당 1만원 올라 마진이 크게 줄었다. 전기로도 ASP가 톤당 5000원 상승에 그쳤으나, 투입 단가가 2만5000원이나 뛰었다. 중동 리스크 지속으로 물류비가 약 300억원 늘어난 점도 부담이 됐다.
재무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미국 투자의 무게는 더해졌다. 1분기 별도 기준 금융기관 차입금은 9조584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707억원보다 12.2% 늘었고, 부채비율은 65.8%에서 69.9%로 4.1%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 증가 대해 현대제철 측은 “미국 제철소 자본금 납입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집행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지을 계획이다. 합작법인 ‘HYUNDAI-POSCO Louisiana Steel LLC(HPLS)’의 지분은 현대제철이 50%, 포스코가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 중이다. 연산 270만톤 규모로 올해 말 착공해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현대제철이 지분율을 고려해 부담할 금액은 15억 달러(약 2조원)로, 회사는 이를 내부 현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점이다. 루이지애나 일관제철소가 제대로 가동되기까지 약 3년 동안 현대제철은 미국 정부의 50% 품목관세와 상계관세가 짓누르는 수출 압박 속에서 투자 부담을 짊어진 채 본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사진제공=현대제철>
◇관건은 3년 버티기…수익 구조 다변화 시급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0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늘었다. 그러나 증가분 대부분은 이차전지 소재와 인프라 부문에서 나왔고, 철강 본업의 수익성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비철강 사업이 전체 실적을 떠받친 셈이다. 포스코는 후판 수익성 하락에 대비해 극한 환경용 저온인성 후판과 고내식 합금도금강판 등 고부가 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와 달리 현대제철의 무게 중심은 미국 현지 생산에 쏠려 있다. 비철강 사업이라는 완충재를 갖춘 포스코와 대조된다. 현대제철은 본업인 철강의 마진 회복과 9조원 투자의 성공이라는 목표 달성에 집중하고 있다.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대제철은 2분기 이후 저가 수입재 유입 감소에 따른 수급 개선과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가에선 현대제철의 올해 영업이익이 8000억원대를 회복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조선용 후판 가격 정상화 여부가 향후 수익성 개선을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한편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 약 6%를 보유한 주주로, 이 지분가치는 약 2조7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제철의 시가총액이 3조원대 후반인 점을 고려하면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이 자회사 지분가치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올해 초 한때 6조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은 최근 그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현대차·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앞세운 로보틱스 신사업 기대감으로 크게 뛴 것과 대비된다.
향후 있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제철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중 하나는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재정비하려면 현대제철이 쥔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시가총액이 가벼운 현대제철을 지배하면 현대모비스를 통해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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