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워치] 관세·내수·중국 ‘삼중고’…현대제철 이보룡 대표의 돌파구는

시간 입력 2026-07-31 07:00:00 시간 수정 2026-07-30 17: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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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반년 이보룡, 미국·중국·국내 ‘삼중고’ 직면
8조원 합작 美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최대 승부처
포스코는 ‘다각화’, 현대제철은 ‘수직계열화’ 집중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이 올해 1월 1일 대표이사직에 오른 지 반년이 지났다. 취임 첫해의 과제는 뚜렷하다. 밖에서는 미국의 관세 장벽, 안에서는 건설 침체발 수요 절벽, 옆에서는 중국산 저가 공세가 밀려든다. 이 세 전선을 한꺼번에 감당하는 것이 그의 임기 전체를 가를 최대 승부처다.

성적표는 냉정하다. 현대제철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조73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7억원에 그쳤다. 전 분기 대비 63.7% 급감한 수치이자, 시장 전망치를 70% 넘게 밑돈 결과다. 별도 기준으로는 725억원 적자였다. 연결 기준 흑자를 지킨 것은 자회사들이 버텨준 덕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영업이익 7070억원을 기록했다. 리튬과 이차전지 소재, 에너지 사업이 철강 본업의 부진을 메운 결과다. 두 회사의 격차는 단순한 실적 문제가 아니라,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포스코가 비(非)철강으로 완충 장치를 갖춘 반면 철강 단일 사업에 가까운 현대제철은 업황 부진을 정면으로 맞는다. 이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이 구조를 떠안았다.

◇미국 관세 ‘정면 돌파’…중국엔 ‘반덤핑 방어선’ 구축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9월 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에서 전기로 일관제철소 기공식을 연다. 지난해 3월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1년 반 만의 첫 삽이다. 총사업비는 58억달러(약 8조원)에 이르지만, 현대제철 단독 투자는 아니다. 현대제철이 5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 포스코가 20% 지분을 나눠 갖는 합작 구조로, 자기자본 29억달러와 차입 29억달러로 조달한다. 연산 270만톤 규모로 이 중 180만톤은 자동차 강판에 배정된다. 2029년 1분기부터 상업 가동 돌입이 목표다.

현대제철이 미국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50% 품목관세를 매겨 수출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니, 현지에서 강판을 생산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 직접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관세를 우회하는 동시에 그룹의 완성차 공급망을 현지에서 완결하는 구상이다. 값싼 전력도 큰 이점이다. 루이지애나는 값싼 천연가스와 전력을 앞세운 지역으로, 전력이 원가를 좌우하는 전기로 사업에 유리한 입지다.

다만 투자 규모는 만만치 않다. 올해 1분기 차입금과 부채비율 증가와 관련해 회사 측은 “미국 제철소 자본금 납입 등 미래 투자 집행에 따른 일시적 증가”라고 설명했다. 지분율에 따라 현대제철이 실제 부담하는 몫은 약 15억달러(약 2조원)로, 회사는 내부 창출 현금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합작 형태라 개별 재무 압박은 덜하지만, 수익성이 낮아진 국면에 대규모 자본이 순차 집행된다는 점은 임기 내내 관리해야 할 변수다.

미국이 앞으로 열어야 할 전선이라면, 중국은 이미 오래 싸워온 전선이다. 안방을 파고드는 중국산 저가 물량은 해묵은 난제다. 이에 현대제철은 반덤핑 제소로 방어선을 구축해 왔다. 지난해 중국산 열연후판에 대한 제소로 27.91~34.10%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이끌어냈고, 이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제소해 지난 2월 최대 30%대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최종 확정됐다.

효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반덤핑 조치 이후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회사가 2분기 이후 실적 반등을 자신하는 근거도 저가 수입 제품의 국내 유입 감소에 따른 수급 개선이다. 그러나 방어에 한계도 있다.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서 중국산 저가 후판의 존재는 여전히 인상 폭을 누르는 변수다. 이 조치는 새로운 수출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한국산 열연·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사진제공=현대제철>

◇철근 설비 감축…‘엔지니어’ 이보룡의 고부가 승부

이 사장에게 가장 아픈 전선은 국내다. 건설 경기가 꺾이면서 철근 수요가 무너진 탓이다. 국내 철근 수요는 2021년 1100만톤 수준에서 2024년 778만톤으로 3년 새 300만톤 넘게 줄었다. 반면 국내 생산능력은 1250만톤에 달한다.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여기에 전기요금 부담이 겹쳤다. 국내 제강사들이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야간에만 전기로를 돌리는 방식이 일반화될 만큼 비싼 전력은 국내 봉형강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 초부터 칼을 빼 들었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인천공장의 90톤 전기로 제강 및 소형 압연 설비를 폐쇄하기로 했다. 인천공장 철근 생산능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포항 1공장의 철근·특수강 봉강 생산 라인은 철근 전용으로 전환하고, 특수강 생산은 당진제철소로 이관했다. 단순 감산을 넘어 설비 자체를 접는 구조조정이다. 현대제철의 봉형강 생산량은 2022년 684만톤에서 2024년 577만톤으로 15.6% 줄었다. 회사는 인위적 감원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했고, 노조와 60일간 대치 끝에 지난 4월 희망퇴직과 인력 재배치로 타협점을 찾았다.

미국·중국과 국내를 관통하는 이 사장의 해법은 ‘고부가·저탄소로의 체질 전환’을 꼽을 수 있다. 1965년생인 그는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현대하이스코에 입사한 뒤 생산기술센터장, 연구개발본부장, 판재사업본부장, 생산본부장을 두루 거친 정통 엔지니어다. 저수익 범용재를 줄이고, 고부가 자동차 강판과 탄소저감 강재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전략에는 그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전기로와 고로 기술을 결합한 복합 공정으로 탄소배출을 20% 줄인 강판 양산에 들어갔고, 3세대 자동차 강판 공급도 시작했다.

관건은 이 사장의 ‘실행력’이다. 같은 삼중고 앞에서 포스코는 인도 JSW스틸과의 합작, 광양 신규 전기로, 리튬·수소환원제철로 활로를 넓히는 다각화를 택했다. 현대제철의 답은 다르다. 그룹 내 완성차라는 확실한 수요처가 있기 때문에 수직계열화를 심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전략은 위험을 분산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현대차·기아라는 안정적인 수요가 이를 메운다.

단, 두 회사의 관계는 단순 경쟁으로만 규정하기 어렵다. 국내 철근·후판 시장에서는 정면으로 맞붙지만,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에서는 포스코가 20% 지분으로 참여하는 동업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보룡 체제의 성패는 그룹과 포스코가 함께 8조원을 투입하는 미국 합작 제철소가 예정대로 결실을 맺느냐에 달려있다. 국내에서 출혈을 막고, 중국산을 관세로 눌러 시간을 버는 사이 미국에서 새 수익 기반을 완성한다는 로드맵이다. 현재 세 전선 중 아직 어느 쪽도 승부가 나지 않은 만큼 이 사장의 다음 반년이 현대제철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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