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쇼크’ 2년 만에 AI 메모리 주도권 잡았다…“HBM 매출 비중 두 배 늘린다”

시간 입력 2026-09-28 07:00:00 시간 수정 2026-09-28 08:33:26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KB증권 “삼성 HBM4, 올 하반기 전체 HBM 매출의 60% 이상 차지”
삼성, HBM 역량 강화에 진심…올 2월 세계 최초 HBM4 양산 출하
5월엔 업계 최고 성능 7세대 ‘HBM4E’ 12단 샘플 세계 최초 출하
2분기 삼성 HBM 시장 점유율 33%…SK와 격차 37%p→17%p 좁혀
“삼성, 차세대 HBM 경쟁력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삼성전자가 내년도에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비중을 두 배 확대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경쟁사에 밀려 한때 HBM 시장에서 위기에 내 몰렸던 삼성은 내부적으로 혹독한 인적쇄신과 연구개발(R&D) 투자로 단기간에 점유율 격차를 좁힌데 이어, 차세대 HBM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으며 ‘메모리 최강자’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HBM 매출 비중이 올해 대비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6세대 HBM인 ‘HBM4’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내다 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 3분기 삼성전자의 6세대 HBM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하반기에는 HBM4가 전체 HBM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웨이퍼 기준 올해 삼성전자의 월간 D램 생산 능력은 지난해 대비 14% 증가했고, 내년엔 올해보다 16% 더 급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HBM 생산라인 확대에 집중하면서, 전체 D램 생산량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33%, 내년 4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HBM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낼 것이란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한때 HBM 후발주자로 밀렸던 삼성이 HBM 패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내부적으로 AI 메모리 역량 강화를 위한 뼈를 깎는 쇄신의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 30여 년 간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나 핵심 AI 메모리인 HBM 주도권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내주면서, 자존심에 큰 흠집을 내기도 했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진들을 강하게 질책하며 고강도 인적, 구조적 쇄신에 돌입했다.

지난해 3월 이 회장은 그룹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순차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적격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이 회장은 각 사업부를 일일이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메모리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사업부에 대해선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경영진들을 향해 마냥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며 다그쳤다.

그는 “숫자(실적·주가 등 수치)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07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도 소환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달라진 건 경쟁구도가 바뀌었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른바 ‘HBM 쇼크’ 사태 이후, 삼성은 반도체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을 빠르게 고도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절치부심 삼성의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HBM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온 삼성은 마침내 지난해 하반기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에 HBM 핵심 칩 공급망 진입을 공식화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삼성 반도체는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더 매진했다. 앞서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를 양산 출하하며 글로벌 HBM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삼성 반도체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한 HBM 적층 구조 하단에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의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독보적인 기술력은 삼성전자를 단숨에 글로벌 HBM 시장 내 선두 주자로 발돋움 시키는 디딤돌이 됐다.

삼성의 HBM4는 이미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상태다. 지난 6월 방한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행사에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과 전격 회동했다.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난 전 부회장은 “황 CEO와 오랫동안 같이 협력해 왔는데, 오늘 가장 좋은 얘기를 나눈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올해부터 (엔비디아에) 6세대 HBM4 등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공식화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이 6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이 6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확인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최강자’ 굳히기에 돌입했다. 특히 차세대 HBM 역량을 고도화해 경쟁 우위를 갖추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삼성의 의지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성능의 7세대 HBM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삼성의 HBM4E는 6세대 HBM4에서 검증된 1c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했다.

설계 및 공정 최적화를 통해 독보적인 성능도 구현했다. 핀당 동작 속도는 14Gbps에서 최대 16Gbps까지 지원한다. 이는 이전 세대 HBM4 대비 20% 이상 향상된 수치다. 또 단일 스택 기준 초당 3.6TB의 대역폭을 제공해 거대언어모델(LLM) 및 차세대 AI 시스템의 연산 속도를 극대화해준다. 여기에 전작 대비 에너지 효율은 16%, 열 저항 특성은 14% 이상 개선된 것도 장점이다.

용량도 대폭 확대됐다. HBM4E 12단 제품은 48GB의 고용량을 구현해 전작 대비 용량을 30% 이상 늘렸다. 삼성전자는 향후 고객사의 다양한 서비스 환경에 맞춰 32GB(8단), 64GB(16단)까지 라인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HBM4E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향후 고객사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양산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E 샘플 공급은 단순한 제품 라인업 확대를 넘어, 향후 수년 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삼성의 독보적인 공급 역량과 기술적 우위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HBM4E 12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HBM4E 12단. <사진=삼성전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경쟁력을 앞세워 향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매출액 기준 올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3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인 1분기 21% 대비 12%p나 급증한 수치다.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 15%와 비교하면 무려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0%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다만 SK의 시장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다소 약화됐다. 올 1분기 58%와 비교해 8%p나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간극은 크게 좁혀졌다. 올 1분기 37%p에 달했던 양사 간 HBM 점유율 격차는 2분기 17%p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