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바이오 '삼각편대' 구축…그린·화이트 이어 레드까지

시간 입력 2021-07-23 07:00:06 시간 수정 2021-07-22 18: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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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바이오 ‘신성장 동력’ 기대…건강기능식품 우선 적용 계획
중장기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활용한 신약 개발 가능성

CJ제일제당이 미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레드바이오'를 선택했다. 기존 사료 중심의 그린바이오와 소재 중심의 화이트바이오에 이어 신약·식품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레드바이오까지 바이오 사업을 확장해 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21일 생명과학정보 기업 ‘천랩’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약 983억원으로,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천랩 인수를 통해 CJ제일제당은 기존 기초 연구 단계인 레드바이오 사업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CJ제일제당은 기존 화이트바이오와 그린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해 '바이오 삼각편대'를 구축하게 된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 바이오는 아직 매출 비중은 낮지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중요한 사업이다. 지난 1분기 CJ제일제당의 실적은 바이오 사업의 호재로 증권가의 전망치를 넘어선 바 있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문은 지난해 5조19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9년 4조7563억원에 비해 9.2% 성장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해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 부문 매출이 5조608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7.9% 증가한 수치다.

CJ제일제당이 바이오 산업을 확대하는 기반에는 미생물 관련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식품도 미생물을 발효해 김치를 만들 듯 화이트바이오는 미생물을 발효해 생성된 물질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다. 미생물 연구에 대한 결과로 레드바이오로까지 사업을 확장한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그린바이오와 화이트바이오에서 사용되는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레드바이오인 '바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 조 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컫는다.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최고 수준의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아울러 유용한 마이크로바이옴은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한 신약은 화학합성을 통한 약보다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금까지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던 퇴행성·난치·불치병이나 정신 건강, 항암 등 기존에 나오기 힘들었던 의약 분야에서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에서 아직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이 나오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약이 나올 수 있는 분야를 주력으로 삼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몸무게 70kg 성인 한 명이 약 38조개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서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종류를 선별해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콜레스테롤∙혈당 수치 조절과 뇌신경 전달물질 생성에 도움을 준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다. 현재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 미국 제약사 세레스가 FDA임상 3상 중으로 향후 성장 여력이 큰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건강사업을 독립조직(CIC)으로 구성하면서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 만큼, 레드바이오와 건강사업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신약 개발은 중장기적 계획으로 먼저 가시적으로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는 건강기능식(이하 건기식)이다. 건기식은 점차 개인 맞춤형으로 트렌드가 이끌어질 전망인데 CJ제일제당은 이런 부분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기술이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시작으로 레드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신약 개발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며 "관련 기술이 다양하게 적용해 기존 사업들과의 시너지가 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이 인수한 천랩은 2009년 설립됐으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에 특화된 전문기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류 기술 및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으며, 병원 및 연구기관과 다수의 코호트 연구(Cohort, 비교대조군 방식 질병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보유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균주는 5600여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신약 관련 미생물 데이터 분석능력 및 기초연구 단계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CJ제일제당의 미생물 관련 기술이 한 차원 더 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랑 기자 / yr1116@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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