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한숨 돌린 CJ, 투자 기지개

시간 입력 2021-11-30 07:00:03 시간 수정 2021-11-29 17: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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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순차입금 1.2조→8천억 줄여
CJ제일제당 '바이오'·CJ ENM '제작사' 매물 검토

▲ⓒCJ 이재현 회장이 3일 오전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J는 4대 미래성장엔진(C.P.W.S.) 중심의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최고인재 육성을 위한 조직문화/인사 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CJ>

CJ그룹이 올해 M&A(인수합병)에 1조원이 넘는 실탄을 쐈다. 대체로 하반기에 성사 시킨 것으로, 투자 신호탄을 쏜 곳은 CJ제일제당과 CJ ENM이다. 비상경영 기간 동안 재무구조 개선에 힘 썼던 CJ는 최근 중장기 비전을 내놓으면서 투자 기지개를 켰다.

29일 CJ에 따르면 올해 주요 계열사가 M&A(인수합병)에 쓴 현금은 1조8400억원에 달했다. 대체로 하반기에 성사된 건으로, 3~4개월 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오갔다.

CJ제일제당과 CJ ENM이 M&A를 주도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슈완스를 인수하면서 부담을 덜기 위해 베인캐피탈에 지분 일부를 넘겼다. 이를 지난 7월 4900억원에 인수했다.

또 레드바이오 시장 강화를 위해 천랩과 네덜란드 회사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인수했다.

합병 후 숨고르고 있던 CJ ENM은 올해 제작사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모호필름, 엠메이커스, 밀리언볼트 등을 잇따라 사들였으며,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알려진 '엔데버 콘텐츠' 경영권도 확보했다. 엔데버 콘텐츠 인수가는 9152억원으로 CJ ENM 출범 후 첫 대규모 M&A다. CJ ENM은 SM엔터 지분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자회사를 포함한 CJ 연결 기준 총 차입금은 11조7213억원이다.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 규모는 7조9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슈완스 인수 직후인 2019년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이 12조원에 달했던 CJ그룹은 2년 새 5조원 가량 줄였다.

2019년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냉동 피자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슈완스를 인수하는데 약 1조3000억원을 썼다. 당초 2조원이 넘었던 인수가는 기존 슈완스 주주로부터 30% 재투자를 받고, 베인캐피탈을 끌어들이는 인수 구조를 짜 부담을 덜었다. 직전연도에는 미국 냉동식품업체 카히키 인수를 위해 약 700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해 CJ대한통운은 미국 물류회사 DSC 로지스틱스를 2000억원대에 인수했다.

'글로벌 CJ'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기 위한 투자였으나, 재무구조에 일시적으로 경고등이 켜지는 등 후유증이 상당했다. 슈완스 인수 직후 비상경영 체제를 공표하면서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전 계열사가 허리띠를 졸라맸다. 유휴 자산 매각은 물론, CJ대한통운과 CJ제일제당 중국 법인은 재무구조 개선용 영구채를 찍었다. 합병후 숨고르고 있던 CJ ENM도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매각해 8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CJ의 비상경영 상황을 지켜본 신평사들도 재무구조가 단숨에 정상으로 돌아섰다 봤다.

작년 CJ제일제당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고친 한국기업평가는 "재무구조 개선 실행으로 재무 부담이 완화됐고, 주력사업 수익구조가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유동성 확보로 80%까지 치솟았던 순차입금비율은 40% 후반까지 낮아졌다.

코로나19에도 CJ제일제당이 선방했고, CJ ENM의 미디어 사업도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비상경영까지 갔던 재무구조가 정상화 기로에 서면서 유망 매물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최근 중장기 비전을 발표한 것도 M&A를 재개한 이유다.

CJ 측은 "2023년 4대 성장 엔진에 총 10조원 넘게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 성장엔진은 문화(Culture)·플랫폼(Platform)·웰니스(Wellness)·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이다. CJ ENM은 4대 성장엔진 가운데 문화와 플랫폼 분야를 전담하는 계열사다.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콘텐츠 역량을 키우는 한편, 티빙, 라이브커머스 등 플랫폼 사업자로서 영토도 확장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4대 성장엔진 모두 한 발씩 걸쳐져 있다. 특히 투자가 집중된 바이오 사업은 그린·화이트에 이어 레드까지 3대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면서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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