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4만9900원 장 마감…‘5만전자’ 붕괴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심화로 주식 매도 움직임 거세
HBM 경쟁력 약화·트럼프 재집권에 “삼성전자 팔자”
‘법정 다툼 장기화’ 이재용, 그룹 진두지휘 한계 커
삼성전자가 불명예스럽게 ‘4만전자 시대’를 맞게 됐다. AI 메모리 경쟁에서 밀리면서 반도체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밑돌고. 노골적으로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주가가 큰 악재를 맞닥뜨렸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CEO스코어데일리는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복합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당면한 리스크를 타개할 돌파구는 무엇인지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를 진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심상찮다. 줄곧 글로벌 1위를 꿰찼던 삼성 반도체가 AI(인공지능)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경쟁사에 내주고 말았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당장 삼성전자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근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책임 경영을 불가능하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력 약화, ‘트럼프 리스크’, 사법 리스크 및 컨트롤타워 부재 등 3대 복합 위기 속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마지노선인 ‘5만전자’가 붕괴하고 ‘4만전자’로 추락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14일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4만9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거래일 5만600원 대비 1.38%(700원) 하락한 수치다. 지난 2020년 6월 15일 4만9900원에 이어 4년 5개월 만에 최저점 타이 기록을 썼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이 열리자마자 오름세를 나타내며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장중 한때는 5만18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장 마감 전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끝내 4만원대로 추락했다.
‘4만전자’로 전락한 대한민국 대표주의 시가총액(시총)도 상당량이 증발했다. 삼성전자의 시총은 올해 1월 2일 기준 475조원대에서 최저점을 기록한 이날 297조원대로 추락했다. 이에 177조원이 넘는 자금이 물거품이 됐다.
삼성전자가 ‘4만전자’로 전락한 데에는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 분야에서 실기한 것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재 삼성 반도체는 HBM 부문에서 큰 부침을 겪고 있다.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미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고전하고 있다.
HBM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은 지난 4월 24Gb D램 칩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H를 최초 개발하며 HBM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올 4분기 엔비디아의 HMB3E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삼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밀월이 날로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서 자리를 꿰찬 상황이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한 SK는 9월에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하며 ‘HBM 1등 굳히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연내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E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삼성전자와 경쟁사와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해 낙관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에 HBM 패권을 내준 삼성 반도체의 실적은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에 그쳤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분기 영업익 7조원 시대’를 열면서, 삼성을 따돌리고 메모리 최강자 자리를 차지했다.
‘HBM 2등’으로 전락한 삼성전자를 두고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뿐만 아니다. 트럼프의 귀환이 확정되면서 투자 심리도 더 꽁꽁 얼어붙고 있다. 특히 반도체주에 거센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당장, 반도체 지원법이 축소·폐기될 수 있다는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삼성전자가 약속된 보조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최근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선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다”며 정면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AI 특수를 타고 회복 국면으로 접어든 K-반도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 지원법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며 “반도체 지원법 일부 수정 또는 축소 가능성이 있는 만큼 K-반도체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고 진단했다.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지원 받지 못한다면 미 현지 반도체공장 건설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현재 원자재비 및 인건비가 급등해 건설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보조금 지원마저 사라진다면 K-반도체의 미국 공장 건립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리스크는 실제 외국 투자자들의 이탈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경쟁력 약화로 삼성전자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다시 외국인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법 리스크에 맞닥뜨린 이 회장이 온전히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로, 아직까지 ‘뉴 삼성’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당초 지난 2월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는 듯 했지만, 검찰의 항소로 또 다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 4차 공판을 마무리 지은 항소심은 이제 변론 기일과 최종 선고만을 남겨 두고 있다.
이 회장은 4년 넘게 이어진 길고 긴 법정 다툼으로 그룹 경영에 매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0년 10월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재판이 처음 시작된 후부터 올 2월 최종 선고까지 약 3년 5개월 동안 무려 107차례의 심리가 열렸다. 이 중 이 회장은 총 96차례 직접 출석했다. 올 9월 이후 총 네 차례의 항소심 공판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이 회장이 사실상 모든 재판에 출석하는 바람에 반도체 경쟁력 제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시키겠다는 이 회장의 뉴 삼성 비전 실현도 상당 기간 동안 차질이 불가피했다.
반도체 위기 타개가 절실한 가운데 내년 초 항소심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사법 리스크에 매달려야 하는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수장으로서 경영 행보를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