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매출원가율, 90% 넘겼다…내년도 원자잿값 하락 제한적
대출 규제에 비상계엄까지…수요자 매수심리 위축‧주택 거래량 하락
미분양 리스크, SOC사업 예산 감소 등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암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건설사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불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정책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내 경제 불확실성 가중 등으로 내년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사회기반시설(SOC) 예산도 올해보다 3% 정도 줄어 공공공사 일감부족도 예상된다.
◇ 내년 공사비 하락 가능성 ‘제약적’
올해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공사비가 크게 올랐다.
도시정비사업장에서는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갈등도 이어졌다. 서울 장위4구역과 GS건설은 공사비 증액 이견으로 공사중단 위기에 처해있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은평구 대조1구역도 공사비 갈등에 따라 약 5개월 간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청담삼익재건축, 미아3구역 재개발, 안암2구역 재개발 사업장 등에서 공사비 갈등이 일어났다.
건설사 공사비에서 자잿값, 인건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인 ‘매출원가율’도 크게 올랐다. 올해 3분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93%다. 즉 매출액의 93%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건설사별로는 현대건설 97.78%, 대우건설 93.36%, 현대엔지니어링 95.88%, DL이앤씨 89%, GS건설 91.75%, 포스코이앤씨 92.72%, 롯데건설 92.49%, SK에코플랜트 93.6%, HDC현대산업개발 91.03% 등이다. 업계에서는 적정 원가율을 80%대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9월 기준, 130.45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은 내년 하반기 부터 점진적으로 나아질 전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건설사들이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를 진행하고 있으며, 금리도 지난 10월 0.25%p 인하한데 이어 11월에도 0.25%p 더 내려 3%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비 하락 가능성은 제약적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공사비 상승 요인들이 이를 모두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증가한 인건비와 시멘트 가격 등은 떨어질 가능성이 적고 내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층간소음 규제 강화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많이 진행돼 원자잿 값은 떨어지는데 한계가 있다”며 “인건비 역시 줄이는게 어렵고 앞으로 친환경 설비 투자 등에 투입되는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내년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 수요 둔화…미분양 리스크 지속
국내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의 심리는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단계 DSR을 시행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126건을 기록했다. 다음달인 10월에도 3725건을 기록하는 등 3000건대에 머물다가 지난달 2590건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 비상계엄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매수심리는 한동안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이라는 게 결국 최종 수요자들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야 하는 것인데, 부동산 시장에 산적한 불안정한 요소가 많아 건설사들이 내년에 계획하는 분양 물량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미분양 리스크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초기 분양률이 저조하던 주택 사업장들의 분양실적이 장기간 개선되지 못하면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022년 말 8000가구에서 올해 9월 기준 1만7000가구로 지속 증가 추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외 지역의 미분양 물량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김창수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기조까지 감안하면 대출의존도가 높은 부동산 시장 특성상 수요 위축에 따른 미분양 리스크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누적에 따른 건설사들의 재무부담도 무겁다. 건설사들의 매출채권은 2022년 말 20조50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31조9000억원으로 55.5% 증가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건설사들이 낮은 영업실적과 운전자금 증가로 2022년 이후 순현금유출 기조를 보이고, 순차입금 규모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미분양 누적에 따른 매출채권 회수가능성 저하를 감안하면 당분간 부진한 현금창출력으로 재무부담 상승 추이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E&A가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조원 규모의 초대형 가스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사진제공=삼성E&A>
◇ 해외건설, 우크라이나 재건 수혜…중동 수주 규모는 감소 전망
내년 해외건설 수주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에 따라 정세가 급변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해외건설 신인도가 크게 떨어져 수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까지 건설사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문가는 “당장 가시적인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 될 경우, 신인도 하락 등에 따라 해외건설 수주에도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326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11월 한달 동안 중동에서 쌓은 수주액은 167억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내년 중동 수주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중동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중동 사태 확전에 대해 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중동 강경책을 예고한 바 있다”며 “중동 긴장도가 커질 경우 중동 국가의 신규 발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상황이 악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 종전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대한 수혜는 기대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민관협력을 통해 도로, 주택, 발전소 등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이미 참여하고 있다. 재건 계획이 본격화 될 경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 SOC 예산 삭감…중소‧중견건설사 보릿고개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삭감 등에 따라 내년이 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견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따라 민간 신규 수주에 나서지 않고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SOC 수주를 통해 어떻게든 불황을 버티겠다는 분위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수주액은 66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수주한 66조1000억원과 비교해 약 0.5% 높은 수치다.
하지만 내년도 SOC 예산이 줄면서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수주액도 감소할 전망이다.
내년 SOC예산은 2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3.6% 감소했고 국토교통부의 SOC 사업 예산 중 신규사업 예산은 2084억원으로, 올해 1조2770억원과 비교해 83.7% 줄어든 수준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공공공사 수주액을 65조3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전망치 대비 1.7% 감소한 수치다.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경기 부양을 위한 공공 토목공사 예산이 증가해 지난해보다 수주액이 약간 늘었지만, 내년에는 수주할 수 있는 토목공사가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건설 수주와 관련해서는 “내년에 비주거용과 주거용 건축 공사가 어느정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SOC 사업이 마진이 크게 남는 사업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만큼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SOC사업 수주를 통해 버티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마저도 예산이 크게 줄어 수주하는 사업들의 사업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수연 기자 / ddun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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