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망] 전기차 한파 속 K-배터리, ‘3사 3색’ 전략으로 버텼다…내년 옥석 가리기 본격화

시간 입력 2024-12-13 07:00:00 시간 수정 2024-12-12 18: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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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사 IRA AMPC, 2년 연속 1조원 돌파
LG·삼성·SK, 북미 현지 생산 능력 앞다퉈 확대
중국 배터리 공습·트럼프 리스크 ‘이중고’는 숙제
기술 경쟁력 확보해 위기 극복…“선도 입지 구축”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가 올 한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기차 수요 감소는 올해도 이어졌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비한 덕분에 K-배터리 3사는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다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K-배터리의 주력 배터리인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당장 배터리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하면서 IRA에 따른 세액 공제 폐지 우려 등 배터리 경쟁력 약화 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악재와도 맞닥뜨렸다.

최근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 스타트업인 노스볼트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한 것처럼 2025년 새해에는 배터리 업계 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K-배터리 3사는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 다양한 폼팩터 개발과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등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왼쪽부터)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공장, 삼성SDI 헝가리공장, SK온 헝가리공장. <사진= 각사>

◇2년 연속 1조원 돌파한 IRA AMPC…북미로 향하는 LG·삼성·SK

K-배터리 3사가 올 3분기까지 확보한 IRA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는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1조원이 넘는 IRA AMPC를 거뒀다.

특히 올해 삼성SDI가 IRA AMPC를 손익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IRA AMPC를 수령하게 됐다. LG엔솔과 SK온은 IRA AMPC가 시행된 지난해부터 IRA AMPC를 손익에 반영해 왔다.

LG엔솔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은 IRA AMPC를 확보했다. 올 1~3분기 LG엔솔의 IRA AMPC는 1조1027억원에 달했다. SK온은 2111억원, 삼성SDI는 64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K-배터리 3사의 IRA AMPC 수령액은 북미 공장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LG엔솔은 올해 GM(제너럴모터스)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 2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순차적으로 가동 라인을 확대해 총 50GWh까지 연간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엔 얼티엄셀즈 3공장을 인수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은 도요타 전용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혼다·스텔란티스 등과 함께 합작 공장을 운영 및 건설하고 있다. 미시간주, 애리조나주 등에서는 단독 공장을 운영·준비 중이다.

SK온은 미 조지아주에 위치한 단독 공장과 켄터키주, 테네시주에 위치한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통해 북미 현지 생산 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SK온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블루오벌SK 1공장을 가동한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최대 37GWh 규모다. SK온은 블루오벌SK를 통해 생산 능력을 최대 127GWh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도 배터리 셀 공장을 갖추기 위한 대미 투자에 나섰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스타플러스에너지를 통해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미 정부는 지난 2일 스타플러스에너지에 총 75억4000만달러(약 10조원)의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 중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은 연내 가동을 준비 중이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33GWh에 달한다. 

스텔란티스에 이어 삼성SDI는 GM과도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연간 생산 능력 27GWh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의 생산 능력은 향후 36GWh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중국 배터리 공습·트럼프 리스크 ‘겹악재’ 닥쳤다…K-배터리, 내년 사업 ‘근심’

국내 배터리 업계가 올해 IRA AMPC를 크게 늘리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으나 내년에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매서운 성장세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등 이중고가 눈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산 배터리는 ‘저렴하지만 성능이 떨어진다’던 이미지에서 빠르게 탈피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LFP의 에너지 밀도를 크게 개선시키면서 주요 OEM들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 배터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이미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잠식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10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36.8%로 1위를, 배터리-전기차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갖춘 BYD가 2위를 기록했다. 이들은 중국 내수 시장을 뛰어 넘어 K-배터리 3사의 주력 시장인 북미, 유럽 등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 1월 20일 열리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IRA에 근거한 세액 공제 등이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K-배터리 3사의 근심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K-배터리 3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매년 1조원을 웃도는 IRA AMPC를 받았다. 특히 LG엔솔과 SK온의 경우, 실적에서 IRA AMPC를 제외하면 적자를 기록하게 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 대선 기간 내내 IRA를 비판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했고,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하면서 IRA 법안 자체를 폐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 법안의 혜택에 따른 투자가 대부분 미국 공화당 우세 지역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모든 IRA 법안을 폐지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IRA 혜택이 줄어들면 기존 투자 계획이 조정될 가능성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한 전고체 배터리 ‘ASB(All Solid Battery)’. <사진=박대한 기자>

◇K-배터리, ‘3사 3색’ 전략 속도 낸다…“차별화된 기술력 확보해 위기 극복·실적 제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추격과 트럼프 리스크, 겹악재에 처한 K-배터리 3사 모두 기술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LG엔솔은 LFP와 LMFP, 고전압 미드니켈 등 중저가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 BYD 등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LG엔솔이다. 오는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5년 간 르노에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LG엔솔은 파우치 배터리에 셀투팩(CTP) 공정을 적용해 성능을 개선시켰다. CTP은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간에 모듈을 제외한 기술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안전성과 우수한 에너지 밀도 덕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K-배터리 3사 중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준공하고, 프로토타입 샘플을 생산해 3개의 완성차 업체에 공급했다.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인 46파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46파이 배터리는 지름이 46mm로, 기존 2170(지름 21mm·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 출력 모두 향상된 제품이다. 삼성SDI는 마이크로 모빌리티(M-Mobility) 분야를 중심으로 내년 초 46파이 배터리 양산에 나설 방침이다.

올 3분기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한 SK온은 폼팩터와 케미스트리 확장에 역량을 쏟고 있다.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 폼팩터 외에도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해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선 상태다.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SK온은 내년 본격적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SK온은 2025년 조직 개편을 통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ESS사업부를 배치하면서 글로벌 ESS 시장 공략을 공식화했다. 앞서 SK온은 미국 IHI테라선솔루션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으로 ESS 사업을 낙점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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