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망분리 규제 완화 이후 생성형 AI 서비스 봇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부터 활용 지원 방안까지 지속 지원
내년 상반기 ‘금융권 AI 플랫폼’ 오픈… ‘특화 데이터’ 구축
연말연초 국내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저출생·초고령화 등으로 대한민국 성장 엔진이 점차 동력을 상실해 가던 와중에 ‘비상계엄’ 후폭풍에 이은 ‘탄핵 정국’과 맞물린 대혼돈 속에서 중심을 못잡고 있다. 이에 각 금융기업과 당국은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시장 점검과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행정·정책 공백에 따른 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전문가들이 점치는 내년도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계엄 사태 이후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우리 금융시장 체질이 충격완화 능력을 갖춘 만큼 통화 부양책을 통한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2024년 금융권의 이슈 전개와 2025년 시장 전망과 과제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올해 금융당국의 망분리 규제 완화 로드맵 발표 이후 은행권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 상담부터 상품 가입까지 서비스 종류도 다양하다. 이 같은 은행권 행보에는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미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은행권의 생성형 AI 도입 경쟁은 내년부터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데 이어, 기술 사용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마련했다. 다만 생성형 AI를 도입을 위한 은행 망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 외부 인터넷망과 연결시 보안취약성 증가라는 새로운 이슈와 접속하게 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회사의 내부망에 직접 설치하는 오픈소스 AI 활용 지원을 포함한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주요 은행, 규제 해소 기대감에 생성형 AI 서비스 선봬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일선 업무에 생성형 AI를 적용하고 있다. 금융업과 비금융업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달 중순 서울 서소문에 ‘AI 브랜치’를 개소했다. 해당 점포는 현재 활용 가능한 디지털금융 서비스에 AI 기술을 더한 미래형 영업점의 테스트 베드다. 점포에 비치된 ‘AI 은행원’은 입출금 계좌 및 예·적금 신규, 체크카드 신규, 외화 환전, 증명서 발급 등 64개의 창구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예·적금 상품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AI뱅커’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 상품 상담으로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향후 서비스 대상을 주택청약과 투자상품 등 특화 영역으로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금융 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은행권의 생성형 AI 도입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은행 AI 서비스가 내·외부망 분리로 인해 양질의 외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해소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 등 116개 금융회사의 IT 직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권 AI 활용현황과 정책개선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7%가 ‘규제로 인한 활용제한’을 AI 도입·활용의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AI 활용을 저해하는 규제의 구체적 사례로는 망분리 규제가 76.5%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은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단절하는 망분리 규제로 인해 AI 기술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해외 금융회사는 물론 다른 산업군과의 AI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생성형 AI 도입 독려
금융당국은 망분리 규제 개선 로드맵 발표 이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은행권의 생성형 AI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9일 신규 지정된 9개 금융사 중 은행이 4곳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은 자연어 기반 금융상담과 외국어 번역을 제공하는 생성형 AI 기반 ‘AI 은행원’과 각종 뉴스 요약, 과거 수익률 정보, 시장흐름 정보 등을 제공하는 ‘투자 및 금융지식 Q&A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했다. KB국민은행은 고객 질의 시 고객 친화적으로 대화 상담을 제공하는 ‘금융상담 에이전트’를 제시했다.
NH농협은행은 외국인을 위한 AI 은행원과 고령층을 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성형 AI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를, 카카오뱅크는 금융상품 관련 이자·환율 등을 계산하는 ‘대화형 금융 계산기’를 지정 신청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생성형 AI 활용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이 141건이나 될 정도로 많이 접수됐다”며 “이를 통해 금융회사들의 망분리 규제개선에 대한 열망과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보험서비스도 생성형 AI…“2032년엔 해외시장 55억불 규모”
금융당국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승인한 보험사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AI 활용 금융 서비스이다.
교보생명의 ‘보장분석 AI 서포터’는 보험 설계사에게 고객의 보장분석보고서에 기반한 맞춤형 설명 스크립트를 제공한다. 한화생명의 ‘고객 맞춤형 화법 생성 및 가상 대화 훈련 솔루션’은 고객 니즈에 맞춘 상담을 가능하게 하고, 정확한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보험서비스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현대해상은 업계 최초로 텍스트 AI 기술을 적용한 고객의 소리(VOC) 통합관리 시스템을 최근 리뉴얼 오픈했다. 이 시스템은 질문에 따라 적합한 답변을 제공하는 LLM 기술과 음성언어를 문자로 변환해주는 STT 기술, 텍스트를 분석하는 TA 기술을 적용했다.
아울러 보험사들은 AI 담당 조직에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개편을 통해 금융AI센터를 ‘AI센터’로 부서를 독립화하고 사장 직속으로 뒀다. 한화생명은 보험사 중 최초로 해외 AI 센터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오픈했다. 한화생명은 이 센터와는 별도로 자체 연구조직인 AI 연구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AI 실을 두고 있다.
이와 동시에 AI 활용으로 인해 발생가능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관측도 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향후 규제 변화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지만 이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AI 활용으로 인해 발생가능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변화해가는 AI 환경에서 보험산업이 위험에 대한 관리와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AI 활용과 관련된 합리적인 제도 마련을 위한 고민을 해봐야한다”며 “보험을 포함한 금융업은 그동안 업무효율화 분야에 주로 AI를 활용했었으나 생성형 AI를 통해 활용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보험을 포함한 금융업은 보유한 정형 데이터가 많아 그동안 규칙이 요구되는 신용평가나 사기 탐지 등에 주로 AI를 이용해왔지만, 인간과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활용과 그 성과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복잡한 패턴을 추론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생성이 가능해 광범위한 비정형 데이터를 사용하고 자연스러운 대응이 요구되는 고객응대, 상품개발 등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보험시장 내 생성형 AI를 활용한 시장 규모는 2022년 3억달러에서 2032년 5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상업 부문별 생성형 AI의 활용을 전망한 결과 금융·보험업이 가장 높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 통합플랫폼·특화데이터 구축해 활용성 제고…내년 상반기 ‘금융권 AI 플랫폼’ 구축
금융위는 최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권 AI 협의회를 열고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여러 의견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지원 방안을 통해 금융회사가 오픈소스 AI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상업적으로 제공되는 상용 AI와 달리 오픈소스 AI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금융회사 내부망에 직접 설치해 높은 보안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녔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 금융권 오픈소스 AI 서비스 개발과 활용을 통합 지원하는 ‘금융권 AI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상용 AI와 오픈소스 AI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트랙(Two-track) AI 활용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또 국내 금융업권이 활용할 수 있는 ‘특화 데이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메타의 Llama3 등 주요 오픈소스 AI 모델은 영미권 언어와 일반 데이터를 학습해 한국어 능력과 금융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울러 기술 발전과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등 제도 변화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AI 7대 원칙을 담은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으로 단일화해 금융회사들이 실제 업무에 AI를 활용할 때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금융 분야 AI의 신뢰도를 높이다.
이와 관련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AI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수단이 된 산업 패러다임의 대전환기에서 다양한 플레이어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번 과제들이 금융권 현장에서 의미 있게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