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탄소세’ 도입 가능성…현대차, ‘유연한 대응’ 나설까

시간 입력 2025-01-21 07:01:00 시간 수정 2025-01-22 09: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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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장관 내정자, 최근 탄소세 도입 검토 시사
보편 관세에 탄소세·IRA 폐지까지?…위기감 고조
현대차그룹, ‘현지 생산 확대·유연한 대응’ 키워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 이후 탄소세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제품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세는 중국을 겨냥한 성격이 짙지만, 실제 시행 시 국내 자동차 업계도 영향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와 유연한 대응 전략을 앞세워 미국 내 자동차 산업 변화에 적응해 나갈 전망이다.

◇美 탄소세 언급에 K-자동차 긴장 모드 돌입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취임 후 자국 산업 보호와 중국 견제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2기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윤곽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10~20%의 보편 관세와 60%의 대중(對中) 관세 등 도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2기 첫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스콧 베센트 지명자는 최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관세 정책에 탄소세를 포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에 탄소 집약적 제품이 일부 포함된 만큼 주목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반도체와 함께 한국 수출을 견인하는 자동차 또한 미국의 탄소세 도입 시 사정권에 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총 1278억달러(약 186조원)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 중 자동차는 26.8%를 차지했다. 자동차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반대로 미국 내에서는 관리가 필요한 무역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탄소세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도입을 예고한 보편 관세와 함께 탄소세를 가중 부과해 내연기관차는 물론 친환경차의 수입을 줄이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으로 보조금을 거둬들이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세 도입 등 보호무역 조치로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한다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는 석유화학 산업처럼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은 아니지만, 도장·프레스 등 공정에서 탄소가 다소 발생한다”며 “미국의 탄소세 부과 목적에 따라서는 한국 자동차 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현지 생산 확대·유연한 대응 전략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170만8293대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기존 최다 판매 기록인 2023년 165만2821대를 5만대 넘게 웃도는 수치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연간 미국 판매량이 170만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중 절반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했다. 보편 관세가 현실화하면 현대차는 매달 2000억~4000억원을, 기아는 매달 1000억~2000억원을 각각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1기 당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약했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 등으로 관세 인상률이 5%대로 내려간 바 있어 이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보조금 수령 대상 5종을 신규 추가한 만큼 IRA 폐지 가능성은 악재로 꼽힌다. 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9과 기아 EV6·EV9, 제네시스 GV70 등 5종은 IRA의 배터리와 핵심 광물 요건을 충족해 7500달러(약 1100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IRA가 폐지되면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데다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축소로 인한 피해도 불가피하다. 전동화 전환이 시대적 흐름인 만큼 IRA가 폐지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라 전기차 지원금 축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능력을 강화해 트럼프 2기의 무역장벽을 극복하고,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꾸준히 늘려 미국 내 친환경차 관련 정책 변화에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실제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장기화 속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확대를 통해 전 세계적인 친환경차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수출은 70만7853대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39만7200대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체 친환경차 수출 중 56.1%에 육박했다.

이 같은 전략의 핵심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HMGMA의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1분기 완공 이후 하반기부터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말 단행한 인사도 미국 시장을 상당 부분 고려한 모습이다. 현대차의 최대 실적 달성에 일조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인 대표이사 자리에, 현대차그룹의 고문 역할을 해온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사장에 각각 임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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