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8단체, 상법 개정안 일제히 우려…“최상목 대행, 재의요구권 행사해야”

시간 입력 2025-03-19 10:41:42 시간 수정 2025-03-19 10: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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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한경협 등 경제8단체, 국회서 공동 성명 발표
법 체계 훼손·위헌 소지·기업 혁신 의지 저해 등 지적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8단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경제계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비롯해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 14일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고,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이날 요청했다.

경제계는 이번 성명에서 △법 체계 훼손·남소 유발 △위헌 소지 △기업의 혁신 의지 저해 △기업 성장 생태계 훼손 △전자 주주 총회(주총)의 문제점 등을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와 회사의 위임 관계에 기반을 둔 회사법의 근간을 훼손해 경제계는 물론 대다수 상법학자들도 법리적 문제가 크다고 지적해 왔다”며 “주요국도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로 한정하고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주주 대표 소송은 회사 손해를 전제로 회사에 배상하나, 주주 보호 의무 위반 관련 소송은 주주 손해를 전제로 주주에게 배상하는 것인 만큼 소송 제기 가능성이 주주 대표 소송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위헌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은 ‘총 주주 이익’ 등의 모호한 표현으로 특히 주주 간 이익 충돌 상황에서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법률의 모호한 표현은 결국 관련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투자자와의 분쟁과 소송을 유발해 기업 현장의 혼란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 보호의 의미를 이미 담고 있는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과 개별적 주주 보호 수단이 마련돼 있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법인 상법을 개정해 모든 기업에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 제37조의‘과잉 금지 원칙’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항은 이사들이 채권자, 종업원, 협력업체 등 다른 이해관계자보다 주주 이익만 우선시하게 만들어 헌법 제119조가 보장하는 ‘다양한 경제 주체 간의 조화’ 원칙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3월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세계 시장의 게임의 룰이 바뀌고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정체되는 등 신속한 혁신이 절실한 시기에, 이번 상법 개정안으로 기업의 혁신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이와 관련해 경제계는 “지난해 국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기업인들은 ‘혁신은 역발상에서 시작되지만 역발상은 설득이 어렵다’, ‘법을 이렇게 개정할 것이라면 괜히 상장한 것 같다’, ‘상법 개정 후 관련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경영 불확실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등의 애로를 호소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상장사의 경영권 분쟁 공시는 2020년 216건에서 지난해 315건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경험한 87개 상장사를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 59개사(67.8%), 중견기업 22개사(25.3%), 대기업 6개사(6.9%) 등으로 중견·중소기업이 전체 분쟁의 무려 93%를 차지했다.

경제계는 “이번 개정안은 기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 활동을 저해함으로써 득보다 실이 큰 법안이 될 것이다”며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제한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더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 성장 생태계를 훼손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전자 주총 의무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번 개정안은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의 전자 주총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를 제도화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상장사는 주주 수가 수백만명에 달하는데, 현재 안정적으로 동시 접속 가능한 전자 주총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시스템 오류나 부정확한 주주 자격 확인 및 대리 투표, 해킹 등 보안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입법례가 없는 만큼 입법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경제계는 “자본시장 발전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면서도 “다만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은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핀셋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법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께서 반드시 재의요구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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