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하도급으로 속도전 발생…건설현장의 고질적인 관행
국토부도 단속 나서고 있지만 2023년 이후 결과 공개 안해
지난해 1만6천개 현장 점검결과 ‘안전관리 부적정’ 3만건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책임자에게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건설 현장에서는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들의 사고 현황과 원인 등을 살펴보고, 앞으로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차이지만, 여전히 건설 현장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와 건설 근로자,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는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작업 진행과 불법 하도급, 형식적인 안전관리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사기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작업이 주된 원인
건설사와 건설 근로자들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중대재해 발생 원인으로 꼽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 인력은 부족한데 공사기간은 맞춰야 하다보니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요즘처럼 날이 풀리는 3월에는 현장이 바삐 돌아가기 때문에 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건설사는 공사를 위한 장비나 건설기계 등을 대여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더 빨리 공사를 끝내는게 유리하다”며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속도전을 벌이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 기간이 지연되고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건설업계 관행 중 하나인 불법 하도급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불법 하도급은 지난 2022년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건설업은 발주처가 시공사와 설계사에 일을 맡기는 구조로 진행된다. 발주처로부터 도급을 받은 시공사는 또 다시 전문건설업체에 하청을 준다. 여기까지는 합법적으로 이뤄지지만 불법 재하도급에 따라 많게는 7~8차 하도급까지 이뤄지게 된다.
전문건설업체로부터 통제를 받는 재하도급 업체들의 무리한 속도전이 이뤄지면서 날림공사, 안전사고 등의 문제도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불법 하도급은 서류상으로는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현장 단속으로만 파악이 가능하다. 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중간에 한 몫 챙기려는 불법 하도급사들이 끼면서 무리한 속도전이 발생한다”면서도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알면서도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불법 하도급을 뿌리 뽑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의 불법 하도급 단속 결과도 지난 2023년 이후 공개되지 않고 있다. 2023년 국토부는 공공과 민간 총 957개 현장을 단속해 242개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을 적발해 조치한 바 있다.

◇공사현장 많다 보니 안전점검에도 ‘한계’
지난달 25일과 지난 10일,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두 차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현장점검에 대한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안전점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 대표를 향해 “왜 이렇게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에서 큰 사고나 민원이 발생하는 건지 자체점검 해봤는가”라고 물었고 박 장관은 “안전점검을 많이 나가는데도 나가서 점검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며 “안전점검 자체를 다시 점검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CSO(최고안전책임자)부터 CEO까지 직접 안전점검을 나서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이 많이 보도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재무통 CEO뿐만 아니라 건설인 출신 CEO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안전관리원이 지난해 실시한 전국 1만6002개 건설현장에 대한 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관리원이 한 해 동안 안전관리가 부적정하다고 판단해 지도‧계도한 사항은 총 3만1896건에 달했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건설사별로 자사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지만, 놓치는 안전관리 사항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확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행정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없기 때문에 주요 점검 사항에 대한 계도 위주의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수연 기자 / ddun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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