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는 이자이익…지주·은행 ‘내실경영’ 총력
디지털 경쟁력 강화로 지속가능성 모색
신뢰 회복과 책임 경영…내부통제·주주환원 병행
저금리는 차입 비용을 낮추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지만, 투자 수익률 감소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인한 비용 상승과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려는 자금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를 활용해 부채를 관리하고 투자를 다각화하는 데 금융기업의 선도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경제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려는 한국 금융계의 노력상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의 막이 올랐다. 늘어나는 시중 유동성에 비해 은행권 전통 수익 기반인 이자이익은 악화일로다.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일제히 ‘내실경영’에 방점을 찍고 경영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자이익 중심의 성장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 아래, 금융업 전반에 구조적 전환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단기 실적보다는 수익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둔 중장기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수익 다각화 및 디지털 전환으로 비이자 경쟁력 제고
저금리는 예대마진 하락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순이자마진(NIM) 감소세가 본격화하자, 금융지주들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이자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자산관리(WM), 글로벌, 자본시장 부문의 강화다.
KB금융은 WM·보험·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에 힘을 싣고 있으며, 신한금융은 글로벌 법인 강화와 함께 고수익 수수료 기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자회사 간 시너지 확대와 해외 진출을 병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우리금융지주는 자산운용과 기업금융(IB) 역량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최근 주주 서한을 통해 “외형과 손익이 미래 생존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면서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를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본인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질적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우리PE자산운용에 더해 최근 우리은행 IB그룹까지 그룹 자본시장 관련 계열사를 모두 여의도에 모았다. 여의도의 다른 금융회사들과 활발한 정보교류와 네트워킹을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은 은행권 ‘생존 키워드’로 부상했다. KB국민은행은 AI·클라우드 인프라 확장과 함께 전사 차원의 디지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디지털혁신부’를 확대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AI 브랜치’를 선보이며 자동화된 상담·대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혁신그룹’과 ‘데이터본부’를 신설해 플랫폼 기술력 확보에 나섰고, 우리은행은 리뉴얼한 모바일 앱 ‘뉴WON뱅킹’을 중심으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금융사고 오명 벗어야…내부통제 강화와 주주 달래기 병행
비이자수익 확대가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라면, 내부통제 강화는 금융사의 기본이자 생존 조건이다. 최근 몇 년간 잇따른 금융사고로 신뢰도가 하락하자, 금융지주들은 2025년을 ‘윤리 회복’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우리금융은 ‘신뢰받는 우리금융’을 경영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하고, 준법감시 조직의 기능과 위상을 끌어올렸다. 신한금융도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파생결합증권 손실 이후 지배구조와 통제 라인을 강화하며 윤리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도 중점 과제로 떠올랐다. 하나금융은 밸류업 프로젝트를 통해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으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했다. KB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초과 자본을 전액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며, 배당 성향 확대를 예고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점진적 배당 확대 기조를 유지하며 주주 신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의 주주환원을 실시할 경우 주주가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훨씬 높고, 그룹의 기업가치가 더욱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그 결과 그룹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2월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기주총서 재확인된 내실경영 기조…변수는 경기와 규제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4대 금융지주 경영진은 내실 중심 경영 기조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의 연임을 확정 지으며 디지털·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금융그룹 도약을 이끌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연임에 높은 지지를 보내며 경영 연속성에 힘을 실었다.
신한금융은 고객 편의성 제고와 비즈니스 혁신 생태계 주도를 목표로 질적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은행에 치우친 그룹의 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자회사 체질 개선에 나선다. KB금융은 효율 경영 혁신 성장을 올해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안정감 있는 고객 자산 관리, 밸류업 계획의 이행, 자산 건전성 관리라는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흔들림 없는 성과를 창출하겠다”며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재무 실적뿐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리딩 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금융지주가 내실 전략을 가속하는 가운데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도 여전하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였지만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으며, 가계·기업부채 규모도 여전히 상당하다. 이에 따라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악화와 충당금 확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기준 강화, 소비자 보호 규제, ESG 공시 기준 등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단기적인 추가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금융사들의 경영 전략에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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