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 10년째 역주행] ① ‘망 무임승차’에 ‘세금회피’까지…“디지털세 도입 서둘러야”

시간 입력 2025-04-28 07:00:00 시간 수정 2025-04-28 05: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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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넷플·메타, 트래픽 40% 점유에도 망 무임승차…네카오는 수백억 부담
구글, 한국 매출 12조 추산에 법인세 240억 그쳐… 네이버의 5% 불과
미 비관세장벽 구실 오히려 압박 수위 높여…“정부·국회 결단 미뤄, 디지털 생태계 위협”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이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국내에서 독점적인 지배력을 앞세워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본사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들 빅테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몰아 부치고 통상압박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빅테크 규제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 조명하고,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구글, 넷플릭스,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국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지만, 정작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면서도 망 사용료(망 이용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고, 세금회피 논란으로 국내 토종 기업들과 역차별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압도적 트래픽 유발에도…망 사용료는 ‘나 몰라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인터넷 트래픽 발생량 1위 사업자는 구글(유튜브 포함)로, 전체의 30.6%를 차지했다. 2위는 넷플릭스(6.9%), 3위는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5.1%)로, 이들 글로벌 빅테크 3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42.6%에 달한다. 이는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대표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트래픽 점유율은 각각 2.9%, 1.1% 수준에 불과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기업보다 수십 배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이들 글로벌 기업이 망 이용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ISP)들은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비용을 들여 통신망을 증설하고 유지·보수해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망 이용 대가로 매년 수백억 원을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 넷플릭스 등은 ‘망 중립성’ 원칙 등을 내세우며 정당한 망 사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이용해 해외 서버에서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망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이 불공정한 사업 환경이 지속된다면 역차별로 인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통신사들의 투자 위축과 망 품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이용자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콘텐츠 제공사(CP)들이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는 CP에 트래픽을 관리할 책임을 부여하지 않아 공공재의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역대 데이터 중 가장 트래픽이 많고 AI 시대가 되면 트래픽이 훨씬 증가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데 ISP의 재정 상태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구글 본사 전경. <출처=로이터>

◇ 매출 12조 추정 구글, 법인세는 고작 240억…원인은 ‘기형적 수익 구조’

세금 문제도 심각하다. 구글의 한국 법인인 구글코리아, 구글클라우드코리아, 구글페이먼트코리아 3곳이 지난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총 6328억원, 납부한 법인세는 239억6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법인세 3902억원), 카카오(1590억원)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네이버의 5%, 카카오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구글이 한국에서 실제 벌어들이는 매출이 연간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재무관리학회는 2023년 구글의 실제 국내 매출을 약 12조원으로 추산하며, 이에 따른 적정 법인세는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구글이 실제 납부한 법인세의 20~30배가 넘는 규모다.

이처럼 막대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구글의 ‘기형적인 수익 구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는 국내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하지만, 주요 수입원인 유튜브 광고 수익과 구글플레이 앱마켓 수수료 등은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본부(APAC) 매출로 귀속시킨다. 국내 법인에는 일부 수수료만 남기는 방식으로 사실상 세금을 회피하는 것이다.

국세청이 구글코리아에 법인세 1540억원을 부과했지만, 구글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원심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도 구글의 국내 수익에 대한 과세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 해법은 법률 제정뿐…“정부·국회가 결단 내려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정당한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도 여러 건 발의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조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디지털세’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유럽국가와 캐나다 등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부과하고 있는 디지털세는 서버나 본사 위치가 아닌 실제 매출이 발생하고 서비스 사용자가 있는 ‘시장소재지국’에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외에도 외국계 플랫폼 기업의 매출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인세법 개정안 등도 해결책으로 제시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조기 대선을 통해 야권이 집권을 할 경우,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 규제 입법 추진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망 사용료 법제화는 ‘정당한 대가’ 기준의 모호성, 망 중립성 원칙과의 충돌 가능성, 콘텐츠 산업 위축 우려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미국 정부가 자국 빅테크 기업 보호를 위해 망 사용료 부과나 디지털세 도입 등을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통상 마찰 우려도 크다.

한 국내 ISP 관계자는 “수년째 공정한 대가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는 요지부동이고 정부와 국회는 결단을 미루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디지털 생태계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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