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0% 글로벌 앱마켓 수수료…EU ‘DMA법’ 제재 계기로 변화 기대
규제 불구 이어지는 해외사 무법 영업…공정 경쟁 붕괴되는 韓 게임 시장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담은 게임산업법 개정안 입법예고
국산 유통 플랫폼 자립 위한 생태계 조성 및 지속성장 위한 구조 개편 필요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이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국내에서 독점적인 지배력을 앞세워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본사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들 빅테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몰아 부치고 통상압박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빅테크 규제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 조명하고,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국내 게임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점차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균형한 시장 구조와 구글, 애플 등 빅테크의 플랫폼 독과점 구조로 추가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 애플의 높은 수수료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내 게임 생태계 전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 구글·애플, 플랫폼 독과점…고리대금 수준 ‘30% 수수료’
국내 게임업체들은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 시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플랫폼 독점 사업자들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양대 앱마켓은 게임사로부터 최대 매출의 30%에 이르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들의 인앱결제 정책 또한 아웃링크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 앱 심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의 방식을 동원하며, 자사 결제 시스템만을 강제하는 구조로 운영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 방식의 강제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운영사들이 개발사들에 인앱결제 혹은 인앱결제 시스템 내 제3자 결제 방식만을 허용하고, 외부링크를 통한 웹에서의 결제는 철저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우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23년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 등 총 6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시정 조치를 내렸지만, 약 1년 반이 지나도록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EU는 애플의 자체 규정인 ‘외부 결제 유도 금지’(anti-steering) 조항이 DMA의 유도 제한(anti-steering)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5억 유로(약 813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출처=각 사>
구글, 애플 등 모바일 플랫폼 공룡의 이같은 불공정 행위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이들 글로벌 빅테크들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규제에 나서고 있다. EU는 지난해 3월 해당 법안을 시행하며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제재했고,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해당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EU는 애플의 자체 규정인 ‘외부 결제 유도 금지’(anti-steering) 조항이 DMA의 유도 제한(anti-steering)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 5억 유로(약 8133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과 함께 위반 사항을 60일 내에 시정하지 않을 경우에 추가로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이에 애플은 추후 개발사들의 외부 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자사 인앱결제 방식만을 강조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EU로부터 부과받을 수 있으며, 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벌금이 최대 20%까지 올라간다. 이같은 강도높은 규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구글 애플의 강도높은 수수료 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게임사들도 국내 뿐만 아니라 EU 차원의 이같은 반독점 정책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넥슨, 엔씨, 넷마블,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물론 자본력이 취약한 영세 게임사들까지 사실상 30%에 달하는 고리대금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 중국 게임사, 규제회피로 돈벌고 ‘먹튀’ 빈번…국내 게임사는 이중삼중 규제 ‘역차별’
수수료 문제 외에도 국내 게임업계는 해외 게임사의 무분별한 국내 진출과 운영 행태로 인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계 게임사들이 국내법을 회피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고,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고 철수하는, 일종의 먹튀 행태를 일삼으면서 국내 게임 생태계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이 국내 시장진출과 철수를 반복하면서 법망을 회파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 게임업체들은 정보보호법, 게임물관리법 등 이중삼중의 규제 장벽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게임업체를 비롯한 해외 주요 게임사들은 국내에 정식 지사를 개설하지 않고 해외 본사 차원에서 마케팅 및 고객지원을 한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은 계속해서 규제장치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해외업체들은 사업주체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해외 게임업체들에 비해 국내 업체들이 규제의 역차별을 받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규제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게임사가 국내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리인’을 반드시 의무 지정하도록 하는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6월 4일까지 입법예고한 상태다.

◆ 국산 플랫폼 육성과 콘텐츠 자립…장기 전략 필요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정책적 보완과 글로벌 규제 공조를, 장기적으로는 국산 유통 플랫폼 육성과 게임 산업의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글, 애플의 수수료 횡포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 통신 3사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원스토어’ 지원에 나선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수익구조의 다변화, 인앱 결제의 자유도 확보, 국산 게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력 확보와 콘텐츠 다양성 제고가 함께 이루어져야 국내 게임업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플랫폼 종속성과 불공정 경쟁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취임한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외산 게임의 국내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실질적 매출액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세제지원이나 인센티브 등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림 기자 / leeyer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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