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 10년째 역주행] ③ 배민, 2년간 1조원 해외로…“수수료 부담은 영세 점주·라이더 몫”

시간 입력 2025-05-07 07:00:00 시간 수정 2025-05-07 08:52:28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배민, 2023년부터 2년간 1조 해외 모기업 배당…국내 소상공인 부담으로 전가
배달료·수수료 변경에 반발 확산…“외국자본의 수익 착쥐구조” 비난 시각도
자율규제 실효성 논란, 입법규제 요구 거세…공정위도 “이행률 낮아 보완 필요”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이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국내에서 독점적인 지배력을 앞세워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본사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들 빅테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몰아 부치고 통상압박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빅테크 규제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 조명하고,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국내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2년간 독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에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환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유출되는 대신, 국내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대표 배달 앱으로 성장해 온 인터넷 기업이 해외 거대 자본에 종속돼 자본의 해외 유출은 물론 시장의 종속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디지털 관련 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배민, 2년간 약 1조원 독일로…투자금 20% 회수

우아한형제들의 연결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3년 4127억원, 2024년 5372억 원 등 최근 2년간 9500억원을 독일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환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Woowa DH Asia Pte. Ltd’를 통해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DH는 앞서 지난 2020년 우아한형제들을 약 4조7500억원에 인수했으며, 본격적인 자본 회수는 지난 2023년부터 본격화 하기 시작됐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23년 영업이익 6998억원 중 4127억원을 배당금으로, 2024년 영업이익 6408억원 중 5372억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DH에 귀속시켰다. 4년 만에 투자금의 약 20%를 회수한 셈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에 대해 “DH가 인수 후 실적 개선에 따라 배당이 실시된 것”이라며 “해당 배당금은 DH의 글로벌 투자 전략 재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본격적으로 흑자로 돌아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 형태로 회수하면서, 독일 DH가 국내 시장을 단지 ‘현금 창출 수단’으로 여기고, 투자금 회수에만 혈안이 된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국내 점주·라이더 “부담만 커져”…현장 반발 확산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 거둔 수익의 대부분이 해외로 이전되는 수익 구조가 국내 소상공인과 라이더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배민이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국내 점주와 라이더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신용카드 결제액을 기준으로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57.8%에 달하며, 이는 경쟁사인 쿠팡이츠(약 37%)와 요기요(약 5.2%)를 합친 것보다 훨씬 높다. 

배민은 이같은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각종 배달료 정책과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며 회원사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배민은 앞서 지난 3월부터 라이더들의 ‘바로 배달’ 기본료 3000원을 종료하고, ‘구간 배달’의 최소배달료를 2500원으로 통합·변경했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산하 라이더유니온은 “기존 3000원이던 단건 배달 기본료가 사라지고 2500원으로 줄어들면서 사실상 500원이 삭감된 셈”이라며 “노동 강도를 강화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가맹업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배민은 지난달 14일부터 음식점에 직접 방문해 포장해가는 ‘포장 주문’에도 6.8%의 중개 수수료를 전면 도입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신규 점주에 한해 3.4%만 부과했으나, 4월부터 모든 점주가 6.8%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됐다. 이러한 수수료 인상은 결국 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독점의 그늘…이해관계자 보호 위한 제도 개선 시급”

이처럼 해외 거대 자본세력에 의한 시장의 독과점 횡포에 대해, 정부도 자율규제의 형태로 규제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3월, 수수료 변경 시 사전 안내 등을 포함한 ‘배달앱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하고,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땡겨요·위메프오 등 5개 주요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이를 추진해왔다. 이 방안에는 수수료 변경 시 사전 고지, 입점 계약 관행 개선, 분쟁 처리 절차 정비, 입점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 등 다양한 과제가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자율규제 방안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하며 “일부 항목에서는 개선이 있었지만, 소상공인의 실질적 부담을 줄이는 핵심 과제들은 여전히 이행률이 낮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실효성 없는 자율규제로는 플랫폼 시장 내 불공정한 수익 분배 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와 노조는 “국내 자영업자와 라이더의 노동으로 발생한 수익을 외국 자본이 금융 수익으로 가져가는 구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수익 착취 구조가 지속될 경우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업계 전문가들 역시 “현행 자율규제로는 불공정 약관이나 과도한 수수료 부과 관행을 막기 어렵다”며, 보다 강력한 입법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수익의 대부분을 해외 본사로 배당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라이더나 점주들에게 적정한 방식으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