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재편] ③‘원팀’ 꿈꾸는 진에어…화학적 결합 성과는 언제?

시간 입력 2025-06-27 07:00:00 시간 수정 2025-06-26 17: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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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LCC’ 주체 진에어…재무 건전성 ‘이상무’
화학적 결합 구체적 성과 없어…체질 개선 눈길
진에어 소형기 도입·에어부산 인천 운항 대표적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으며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대형 항공사(FSC)로서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도약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핵심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인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계열 저비용 항공사(LCC) 간 통합에도 탄력이 붙었다.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한 ‘통합 진에어’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CEO스코어데일리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통합 LCC’가 현재 직면한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올해 들어 거듭 강조해 온 키워드로는 안전, 고객, 서비스와 함께 ‘화학적 결합’을 꼽을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계열사들이 한진그룹이라는 지붕 아래 진정한 의미의 한 가족이 되려면 조직문화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랜 기간 경쟁 관계에 있던 회사 간 조직적·문화적 융합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기에 더 체계적인 준비 과정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진에어, ‘통합 LCC’ 주체 명분 확실…재무 건전성 ‘양호’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통합 LCC를 이끌 주체로 일찌감치 진에어를 낙점했다. 실제 조 회장은 202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참석해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영하고,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명분에 더해 기업 규모와 여객 수 등 여러 측면을 따져보면 통합 LCC의 주체로 진에어가 적합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피인수 대상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를 통합 주체로 삼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각 LCC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공항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지역사회 여론과 지분 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이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인천공항을,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을 허브공항으로 두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인천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여객 수는 3008만5559명인 반면 김해공항은 7분의 1 수준인 409만5956명에 그쳤다.

대한항공은 통합 LCC를 아시아 톱 레벨 항공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삼는 것이 유리하다. 진에어는 기종 단일화와 노선 효율화, 기업문화 이식 등을 진두지휘하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통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의 재무 건전성은 양호한 편에 속한다. 지난해 총 4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며 리스부채가 늘었지만,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보다 많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337.1%로 경쟁사인 제주항공(614.6%)과 티웨이항공(4353%)보다 현저히 낮았다. 자기자본비율 또한 진에어가 22.9%로 제주항공(14%)과 티웨이항공(2.2%)보다 월등히 높았다.

낮은 매출원가율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진에어의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은 78.1%로 제주항공(97.4%)·티웨이항공(98%)과 20%포인트가량 차이를 보였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매출원가율이 낮을수록 가격 경쟁력이 높아 수익성 개선 여지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는 타사 대비 보수적인 재무 전략이 특징”이라며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지출을 줄이면서 재무 체력을 키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임직원들이 지난 3월 12일 제주 곶자왈에서 열린 식수 행사에 참여해 나무를 함께 심고 있다.<사진제공=진에어>

◇‘원팀’ 꿈꾸는 진에어…체계적인 ‘화학적 결합’ 과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지만, 화학적 결합의 구체적인 성과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에어를 필두로 한 계열 LCC 3사는 전방위적 체질 개선에 나서는 분위기다.

진에어는 에어버스의 A321neo를 도입해 주력 소형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보유 중인 항공기와 동일 계열 기종을 운영해 장기적으로 운항 유연성과 정비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진에어는 B737-800 19대, B737-8 5대, B737-900 3대와 B777-200ER 4대 등 31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조 회장이 구상하는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대한항공의 신규 기업이미지(CI)를 공개하며 “진에어는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에어버스 A321neo를 주력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안전 운항을 위한 투자도 지속한다. 진에어는 지난 17일 226억4650만원을 투입해 항공기 운항 훈련 장비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2024년 말 개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의 43.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통합 LCC 출범 이후 운항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에어부산은 다음달 29일부터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에서 운항을 시작한다. 현재 T2에는 대한항공, 진에어,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등 9개 항공사가 운항 중이다. 통합 LCC의 주축인 진에어와 같은 거점을 사용하며 운영 효율성과 여객 편의를 높이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학적 결합 노력의 일환으로 LCC 계열사 임직원들의 유대감 형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 임직원들은 지난 3월 제주 곶자왈에서 식수 행사를 한 이후 4월 안전 운항 기원과 단합을 위한 북한산 합동 등반 대회를 했다. 지난 19일에는 진에어와 에어부산 임직원들이 부산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 활동을 진행했다.

한진그룹 차원에선 각 사의 윤리·준법경영 활동을 공유하고 통합·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한진칼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당시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한진칼 윤리경영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과정에서 한진그룹의 윤리경영 체계와 문화를 통합·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업무 수행을 추구하는 윤리경영 실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LCC 계열사 간 화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더욱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적 결합의 목적은 결국 통합 LCC의 시너지 효과를 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통해 실질적 로드맵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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