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계약 끝낸 군산조선소…자금 조달이 첫 관문
내년 선박 건조 착수… 2028년에 VLCC 도전
입지·美 NDAA 변수 속 ‘본토 확장형’ 승부수

2010년 준공된 세계 최대급 조선소가 16년 만에 새 주인을 맞았다. 지난 6월 26일 HD현대중공업과 신설법인 제이오션중공업이 7800억원 규모의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 본계약에 서명하면서 ‘HD현대는 떼어내고,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끌어안는’ 거래가 매듭을 지었다. 양측이 입을 모아 ‘윈윈’이라 부르는 이 거래의 이면에는 각기 다른 전략이 자리한다. 거래의 구조와 양측의 속내, HJ중공업의 성장 시나리오, 그리고 7800억원의 셈법을 세 차례에 걸쳐 짚는다.<편집자 주>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과 HD현대중공업 간 본계약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군산조선소 거래의 성패는 서명을 담은 계약서가 아니라, 연내 치러야 할 7800억원과 약 9년간 신조가 멈췄던 야드를 되살릴 전략에 달려 있다. 군산조선소 운영을 맡은 제이오션중공업은 올해 안에 양수 대금 지급과 소유권 이전 절차를 마쳐야 한다. 제이오션중공업이 자금 조달에 성공해 군산조선소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오션중공업은 연내 대금 지급과 소유권 이전을 마친 뒤 HD현대중공업이 3년간 발주하는 블록 물량으로 가동을 이어가며 설비와 공정을 정비하는 단계로 들어선다. 이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선박 건조에 착수해 2028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건조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다.
가동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제이오션중공업은 지난 21일 유캐스트와 군산조선소를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제이오션중공업의 조선·해양 인프라와 유캐스트의 5G 특화망·AX(인공지능 전환)·IoT(사물인터넷) 솔루션, 로봇 공학 기술을 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사는 AX 산단 실증과 5G 특화망 확산 관련 정부지원사업에도 공동 참여한다.
제이오션중공업의 최우선 과제는 자금이다. 7800억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HJ중공업의 모회사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홀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의 양대 출자자인 동부건설과 한국토지신탁은 물론 자회사 HJ중공업도 자체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규모 차입이나 재무적투자자(FI) 유치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비 관련 추가 투자비를 더하면 재무 부담은 더욱 무거워진다. 지난 3월 한국무역보험공사 보증을 바탕으로 BNK부산은행으로부터 2600억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인수 대금 조달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시간과 입지 또한 중요하다. 신조가 멈춰 있는 동안 끊긴 인력과 협력사 공급망을 복원하는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인수 절차를 마치기 전에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사와 11만4000톤급 원유·석유제품운반선 4척의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하며 완성선 물량의 물꼬를 튼 점은 긍정적 신호다. 다만 본계약 전환 여부는 남은 과제다.
업계 일각에선 기자재 공급망과 협력업체가 밀집한 울산·거제와 비교해 군산의 입지가 불리하다고 본다. 본사 격인 영도조선소와 약 300km 떨어져 있어 두 거점 사이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산조선소가 건설 단계부터 정치·지역적 논리가 우선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입지 자체가 조선업에 최적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HJ중공업의 선택 자체는 국내 조선 빅3와 결을 달리한다. 미국 내 조선 거점을 마련하는 대신 국내에서 대형 도크를 확보해 신조와 MRO(유지·보수·정비)를 소화하는 일명 ‘본토 확장형’이다. 대형 조선사보다 자본력이 약한 중형 조선사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로인 동시에 외부 변수에 다소 민감하게 노출되는 선택이기도 하다. 반면 조선 빅3는 미국 영토 위의 야드에 직접 베팅하는 인수·제휴 전략을 택했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직접 사들였고,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와 지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미국 조선소와의 협력을 모색 중이다.
제이오션중공업 관계자는 “군산조선소를 완성선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로 육성한다는 목표에 따라 단계적으로 인수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며 “올 연말께 자산 양도가 이루어지면 본격적인 생산 준비에 나서 인프라 정비와 설비 보강 등을 마무리 짓고 내년 초부터 수주 선박 건조 공정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HJ중공업이 건조한 1만100TEU급 컨테이너선.<사진제공=HJ중공업>
관건은 미국 의회의 움직임이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2027 회계연도(2026년 10월~2027년 9월) 국방수권법(NDAA) 심의 과정에서 미 해군 전투함의 해외 건조를 제약하는 수정안을 찬성 44표, 반대 12표로 가결했다. 다만 이 수정안은 신조를 겨냥한 것으로, 한국 조선사들이 진출한 MRO나 현지 투자·부품 협력까지 직접 막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MRO에 무게를 둔 HJ중공업은 당장의 충격은 덜 받는 구조다. 그러나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하는 기조가 정비 영역으로까지 확산하면 한국에서 미 해군 함정을 정비하는 사업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우호적 여건도 분명히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그간 수백억원을 투입하며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지원해 온 가운데 정부의 ‘K-조선’ 재건 기조와 맞물려 세제 혜택과 고용 지원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시황도 어느 정도 받쳐준다. 조선업 슈퍼사이클로 대형 도크가 귀해진 데다 노후 선대 교체와 친환경 선박 전환 수요가 겹치면서 대형선 일감은 당분간 넉넉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서해안 해상풍력 단지 조성과 연계해 해상풍력용 대형 구조물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은 제이오션중공업의 자금 조달 방법과 2028년 대형선 건조 목표 달성 여부”라며 “이번 거래가 윈윈 효과를 낼지는 군산조선소가 실제로 배를 띄우는 시점에야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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