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노 이혼소송 마침표] ②최태원이 공들인 SK실트론…‘반도체 수혜주’, 매각 중단하나

시간 입력 2026-07-28 07:00:00 시간 수정 2026-07-29 09: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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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최태원, 노소영에 9440억원 재산 분할하라”
최태원, 약 1조원 현금 확보 숙제…자금 마련 방안 고심
SK㈜ 지분 매각 거론…SK그룹 지배구조에 타격 불가피
SK실트론 지분 매각 대안 부상…매각협상은 ‘지지부진’
매각 협상 대상서 최태원 소유 지분 제외도 ‘고민거리’
‘반도체 호황’ 속 존재 가치 커져…그룹내에서도 고심 깊어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9440억원의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당장 최 회장은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최 회장이 거액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보유 중인 지분을 매각하는 것 뿐이다. 먼저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의 원천인 SK 주식을 팔기엔 무리가 따른다.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탓에 섣불리 지분에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소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본격 도래하면서, 국내 유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최 회장이 SK를 글로벌 AI 선도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AI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SK실트론 매각을 철회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함에 따라, 1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 회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SK㈜ 지분 17.9%(1297만5472주)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은 SK 주식을 쉽사리 팔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 회장의 SK㈜ 지분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기때문이다.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재산 분할 자금 마련을 위해 20%도 채 되지 않은 SK 지분에 손을 댈 경우,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 회장이 보유중인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주요 해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그룹 지주사인 SK㈜가 ㈜LG로부터 SK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TRS 계약을 통해 지분을 인수했다.

국내 유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에 랭크돼 있다. 아직 비상장 기업이라 구체적인 기업 가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서는 최소 5조원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를 처분한다고 가정할 경우, 1조5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TRS 계약 지분인 만큼, 이를 매각하면 기준 금액과 정산 비용 등을 증권사에 지급해야 한다. 이에 실제로 손에 쥐게 될 자금은 약 9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줘야 하는 금액의 대부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재계에선 최 회장이 SK실트론 매각을 중도 포기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SK가 지난해 12월 두산을 SK실트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벌써 8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 매각과 관련된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당시 SK는 “세부적인 사항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며 “추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매각 작업은 수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구나 최 회장이 소유한 SK실트론 지분은 두산과의 매각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협상 대상은 TRS 계약 지분 19.6%를 포함해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다, 최 회장 지분 29.4%는 SK 지분 매각이 완료된 이후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SK와 두산 간 매각 협상이 잘 진행돼 SK실트론 지분을 처분하게 되더라도, 당장 최 회장은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호황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점도 SK실트론 매각과 관련된 회의론에 더 힘을 싣고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향후 수년 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그룹 내 SK실트론의 존재 가치는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K를 글로벌 AI 선도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설정한 상황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을 굳이 매각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향후 5년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 상황을 ‘아비규환’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SK실트론 실리콘 웨이퍼 생산라인. <사진=SK실트론>
SK실트론 실리콘 웨이퍼 생산라인. <사진=SK실트론>

반면에,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을 선정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매각을 철회할 경우 양사 간 신뢰를 저해하는 것은 물론 그룹 전체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1조원가량의 자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두산과의 SK실트론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최 회장 소유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시점 또한 더 지체될 수 밖에 없다. 이에 최 회장은 SK실트론 매각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할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오는 31일 열리는 SK 이사회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SK실트론 매각이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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