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24일 최·노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선고
“재산 분할 비율, 최 회장 3분의 2·노 관장 3분의 1”
SK 주식, 재산 분할 대상 판단…“노 관장 기여 있어”
재산 분할 시점은 2024년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 종결일
재산분할 대상은 노·적용 시점은 최…재판부, 반반씩 수용·절충 해석
SK㈜ 지분 매각은 지배구조 위협…SK실트론 매각 속도낼지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했던 1조3808억원에 비해 4000억원 넘게 줄어든 규모긴 하지만, 이혼 소송 1심이 판결한 665억원보다는 무려 15배 가량 큰 수준이다.
당초 예상했던 규모에 비해 큰 재산 분할 결정이 내려지면서, 최 회장과 SK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당장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최 회장 뿐만 아니라 SK그룹 내부적으로 경영 상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선고 기일을 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 9440억원을 재산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재산 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결정됐다.
먼저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판단했다. 이는 이번 파기환송심의 최대 쟁점이었다. SK 주식의 재산 분할 대상 여부는 앞서 이혼 소송 당시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린 부분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SK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 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최 회장측의 주장을 배격하고, SK 주식의 형성과 가치 유지·증가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혼인 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증대됐다”며 “여기에는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 활동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산 분할 산정 기준 시점은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했다. 이는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이후 재산 분할을 청구할 경우, 재산 분할 대상과 액수는 이혼 소송의 항소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 종결일 이후부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 사이 SK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가는 변동성이 크고 상장 주식은 언제든 환가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다”며 “이혼 확정 후 주식 처분에 따른 수익이나 손해를 혼인 관계가 해소된 쌍방에게 분담하지 않으면 부부 공동 재산의 공평한 청산·분배라는 재산 분할 제도의 목적에 현저히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부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재판부가 두 사람이 요구하는 바를 반반씩 수용하면서 재산 분할 규모는 9440억원으로 최종 책정됐다.
재산 분할 대상이 된 SK 주식의 현 주가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역대급 호황으로 크게 오른 상태다. 이날 한국거래소 종가 기준 SK㈜ 주가는 63만원으로, 최 회장의 소유 지분 가치는 8조1745억원에 달한다. 만약 해당 지분 가치를 토대로 나눴다면 노 관장 몫은 무려 2조7248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재판부가 재산 분할 산정 기준 시점을 2024년 4월 16일로 삼으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지급해야 할 액수는 크게 줄어든 9440억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현 주가 기준 최 회장 보유 지분 가치의 11.6%에 불과한 수치다.
아울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따라 나눠야 할 재산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회사 경영권 내지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이 있는 점, 재산 분할 대상의 명의와 형태, 취득 경위, 이용 상황 등을 고려했다”며 “재산 분할 비율에 따른 노 관장 몫 중 부족한 금액은 최 회장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선고가 나온 후 최 회장측과 노 관장측은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최 회장측 법률 대리인은 취재진에게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고, 이날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며 “최 회장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데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최 회장측 법률 대리인의 발언을 고려할 때, 상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노 관장측 법률 대리인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법원을 나섰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파격적인 선고로 1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 회장의 셈법은 실로 복잡해졌다.
최 회장이 거액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보유 중인 지분을 매각하는 것 뿐이다. 이는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력 약화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SK㈜ 17.9%(1297만5472주) △SK디스커버리 0.12%(보통주 2만1816주)·3.22%(우선주 4만2200주) △SK케미칼 3.21%(우선주 6만7971주) △SK텔레콤 0.0%(303주) △SK스퀘어 0.0%(196주) 등을 보유 중이다.
이 중 SK 지분은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의 원천이다. 최 회장이 그룹 지주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 52.1%, SK스퀘어 32.1%, SK텔레콤 30.6%, SKC 40.6%, SK네트웍스 43.9%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최 회장의 SK 지분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계 안팎에선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지분 기준을 35%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측 SK 지분은 25.42%에 불과하다.
이처럼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재산 분할 자금 마련을 위해 20%도 채 되지 않은 SK 지분에 손을 댈 경우,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최 회장은 탄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SK 지분을 사수해야 한다.
따라서 최 회장이 1조원에 육박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SK 주식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신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29.4%의 지분을 보유 중인 SK실트론 매각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업체로, 반도체 호황의 수혜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오는 31일 열릴 SK㈜ 이사회에서 SK실트론 매각 추진 여부가 논의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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