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생존기]③ 허리띠 더 졸라매는 카드사, 불황 속 금리인하는 위안

시간 입력 2025-04-14 17:46:30 시간 수정 2025-04-14 17: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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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채 금리 인하에도 불확실성 지속…카드사, 조달 안정에 방점
이자비용 첫 4조·연체액 역대 최대…추가 악화 가능성도 산적
카드업계,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 먼저…안정성 확보에 주력

저금리는 차입 비용을 낮추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지만, 투자 수익률 감소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인한 비용 상승과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려는 자금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를 활용해 부채를 관리하고 투자를 다각화하는 데 금융기업의 선도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경제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려는 한국 금융계의 노력상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기준금리가 2년 4개월 만에 2%대에 접어들며 카드업계 조달 상황은 일단 숨통이 트였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시장성 수신으로 자금조달을 하는 만큼 시장금리가 오르면 곧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에 따라 여전채 금리는 소폭 내렸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인한 국내외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지속된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경기 침체 등 부담은 여전히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소비 위축에 따른 카드 사용량 감소는 수수료 수익으로 먹고사는 카드사에 직격탄이다. 작년 소매판매액이 전년 대비 2.2% 감소하며 3년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또 한국은행은 2025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1.9%에서 크게 낮아진 1.5%로 하향 조정하는 등 올해 경기 흐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카드사들은 올해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죌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카드 연체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향후 연체율이 더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내부적 비용을 줄이는 등 내실경영에 힘을 쏟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에 조달 상황은 일단 안정…여전채 금리 ‘내림세’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0.25%포인트 내린 2.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오는 4월 17일에도 금통위 회의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한은은 또 한 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관세에 대한 우려는 정점은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관세 적용으로 한국 경제의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4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여전채 금리 역시 소폭 내려갈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말 1.287%에 불과하던 여전채 금리(3년물, AA+ 기준)는 2021년 말 2.372%로 오르기 시작하더니, 2022년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2022년 11월 한때 6.088%까지 올랐던 여전채 금리는 2022년 말에도 5.536% 예년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결정된 후에는 하락세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첫 금리 인하가 결정된 지난해 10월 11일 여전채 금리는 3.365%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또 한 번의 금리 인하가 결정됐던 11월 28일에는 3.116%까지 내려갔다.

특히 올 2월 기준금리가 2년 4개월 만에 2%대에 접어들며 여전채 금리 하락세에도 탄력이 붙었다. 2월 24일까지만 해도 3.016%를 유지하던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가 2%대로 떨어진 25일 3.002%까지 떨어지더니, 26일에는 2.994%로 2%대까지 진입했다. 이와 같은 기조는 최근까지도 이어지며 11일 기준 여전채 금리는 2.829%까지 내려섰다.

◆건전성 지표 악화일로…경기 침체에 추가 악화 가능성도

기준금리는 소폭 내렸으나,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의 관세 전쟁 발발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으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경기 침체로 어깨가 무거워진 카드사에게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며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약화된 가운데, 고금리에 따라 카드사의 운용금리마저 덩달아 높아지며 카드사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1개월 이상 신용카드 연체액은 2조3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조924억원)보다 10.99% 증가한 것으로, 1년 만에 역대 최대 수치를 다시 쓰게 됐다.

카드값조차 내지 못하는 서민이 늘어나며 연체율도 지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연체율은 △2021년 말 0.85% △2022년 말 1.00% △2023년 말 1.26% △2024년 말 1.36%로 지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조달비용이 오르자 운용금리 역시 높게 설정됐는데, 이처럼 운용금리가 상승하며 카드론 금리와 현금 서비스, 대출성 채권 이자율 등이 함께 높아진 것이 건전성 지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자부담이 커지며 차주들이 돈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진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속된 경기침체와 더불어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카드업계의 건전성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및 금리 안정으로 차주들의 상환여력 확보가 선행돼야 대출과 연체 규모 등이 감소할 수 있고, 연체율도 점차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정세가 여전히 혼란스러운 만큼 당분간 연체율 상승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변동성 여전한 금융시장…카드업계, 안정성 확보 위해 자금 조달 다각화 속도

최근 조달 금리가 안정화되고는 있으나, 과거 고금리로 발행했던 채권들의 물량이 여전한 만큼 카드업계의 이자비용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연간 이자비용은 4조4228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8267억원)보다 15.58% 늘었다. 7개 카드사의 연간 이자비용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카드사들 역시 자금 조달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이자비용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카드사들이 단기적인 자금 조달 목적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며 여전채 이외의 영역으로 조달 방식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만기 3년 이상 장기 카드채 발행액은 5조7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6120억원) 대비 59.75%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조달금리가 비교적 낮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발행 역시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가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발행한 ESG채권 물량은 총 52개로, 이에 따른 발행 규모는 1조6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보다 3건 늘어난 것으로, 이에 따른 발행 규모도 전년(1조8300억원)보다 46.45%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카드사의 ESG 채권 발행 랠리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2일 2100억 규모의 무보증 사회적채권을 발행했다. 우리카드는 이번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영세·중소가맹점 금융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롯데카드도 지난달 27일 3억달러(약 한화 4311억원) 규모의 ESG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삼성카드도 같은 달 28일 900억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이 활발한 여전사 특성상 ESG채권 발행을 장려하는 기조에 발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ESG채권을 통해 자금조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으며, 카드사의 ESG활동 중요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ESG채권 발행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허리띠 졸라맨다…외형 확장보다는 내실경영 지속

이처럼 올해 역시 카드업계의 업황 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카드사들은 모집비용이나 마케팅비용 등 내부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비용들을 최대한 줄이고 리스크 관리에 힘쓰며 내실경영에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의 경우 지난해 영업수익을 늘린 것보다는 내부적 비용을 절감하며 순익을 개선해 왔다. 올해 역시 내수경기 회복 지연과 채권 회수 환경 악화 우려 등 카드사의 업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비용절감 노력이 지속될 것이란 게 골자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업황 역시 부정적인 만큼 내실경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카드사 차원에서 비용 효율화를 위해 돈이 되지 않는 사업들은 어떻게든 효율화하거나 정리하는 등 비용 줄이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달비용을 카드사에서 통제하기에는 어려운 만큼, 모집비용이나 마케팅비용 등 내부적인 비용에서 효율화를 꾀하며 순익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내실경영을 통해 혹시 모를 시장 악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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