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SK, 미 현지에 배터리 생산 거점 다수 구축
K-배터리 3사, 트럼프발 관세 정책 영향서 자유로워
중국산 배터리, 대중 고율 관세로 가격 경쟁력 약화
K-배터리, 中에 내준 배터리 주도권 되찾나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매긴 데 이어,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부문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될 조짐이다. 특히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를 공식화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세 전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미국에 수출되는 주요 품목에 관세가 매겨질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CEO스코어데일리는 트럼프발 관세대전이 반도체, 가전, 배터리 등 국내 주요 수출품목에 미칠 리스크를 점검하는 기획 시리즈를 진행하고자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정책과 함께 미국내 투자유치를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에 생산라인을 분산 배치하고 있는 주요 기업의 대응전략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트럼프발 관세 폭탄 리스크가 날로 심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효자 품목이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는 K-배터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다만 K-배터리 3사는 상대적으로 관세에 따른 악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이미 미 현지에 배터리 생산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게 돼서다. 여기에 미국의 강도 높은 대(對)중국 관세로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어 K-배터리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제기된다.
11일 정부, 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달 2일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수십 년 간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놓여 왔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관세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은 수십 년 동안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해 왔고,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할 차례다”고 했다.
상호 관세는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매겨지는 만큼,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피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 또한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악재에 직면하게 되는 것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다수 건설한 K-배터리 3사는 관세 영향권에서 상당 수준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엔솔은 현재 건립 중인 곳을 포함해 북미에 배터리공장 8곳을 확보했다. 삼성SDI도 미국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SK온도 미 조지아주, 테네시주, 켄터키주 등에서 배터리를 양산 중이다.
그러나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경우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짓지 못한데다 대중 관세 폭탄도 이미 현실화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 출범 이후 즉각적으로 중국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긴 데 이달 4일 10%의 관세를 또한번 추가 적용하는 등 총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2023년 약 14.5% 수준이었던 중국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약 35%까지 높아졌다.
이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단숨에 고강도 관세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K-배터리 3사가 중국 기업에 내준 배터리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 비중을 대폭 늘렸다. 이에 K-배터리 3사의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 등으로 중국산 배터리 물량이 쏟아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3.5%로, 2023년 대비 5.0%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CATL 점유율은 27.0%로, 2023년 대비 0.5%p 줄어드는 데 그쳤다. BYD와 CALB 점유율의 경우, 각각 2%p, 1.4%p 늘었다. K-베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 대부분이 중국 업체들로 넘어간 셈이다.
그러나 대중 관세가 부과되면서 중국산 배터리를 수입하는 것보다 미 현지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게 원가 절감에 용이하다는 분석이 미 배터리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짐 로완 볼보 CEO(최고경영자)는 “(전기차) 제조 비용을 낮춰줄 수 있는 미 현지 배터리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내부적으로 중국 기업 자체를 견제하는 법안도 K-배터리 3사에게 호재다. 이달 10일 미 하원은 중국산 배터리를 타깃으로 하는 ‘해외 적대국 배터리 의존도 감소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미국 내 보안을 담당하는 국토안보부(DHS)의 자금을 사용하는 경우, 중국산 배터리를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CATL, BYD 등의 중국 배터리 업체 6곳이 대상에 선정됐다.
중국 기업명이 법안에 명시된 만큼,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수출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법안이 DHS의 자금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탓에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 대부분에 자금을 대는 미국 에너지부(DOE) 등 다른 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미 의회에서 대중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배터리 시장 내 탈중국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탈중국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선제적으로 미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한 K-배터리 3사는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관세 부담을 회피한 K-배터리는 미 현지에 확보한 배터리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조달을 원하는 고객사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서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취재진들의 질문에 “미국에 이미 많은 공장을 갖고 있어 선진입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