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푸드, 친환경에서 미래를 찾다 ①/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에서 화이트바이오, 레드바이오로 확장
바이오사업으로 신소재 개발, 신약 개발에 나서
최근 식품업체들이 신성장동력을 찾아 분주하게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위기를 기회 삼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사업에 주목했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은 1960년대부터 시작한 그린바이오 사업에 이어 화이트바이오와 레드바이오로까지 '바이오 삼각편대'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 2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 달성했다. 식품 사업도 미국 대형 유통채널(Grocery)에서 만두가 시장점유율 1위(38%)에 올랐다. 이어지는 성장에도 점차 한계가 보인다. 원∙부재료 가격 상승과 더불어 이미 포화상태인 식품 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바이오사업은 대형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미래 사업성을 확보할 것"이며 "기존 사업의 안정적 수익성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오 사업은 크게 레드, 화이트, 그린 바이오 세 범주로 구분된다. 레드 바이오(Red Biotech)는 혈액의 색을 연상할 수 있듯 바이오 제약사업(헬스케어)을 의미한다.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하얀색으로 바꾸듯 화이트 바이오(White Biotech)는 바이오 에너지와 바이오 공정, 환경친화적인 소재를 말한다.
CJ제일제당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그린 바이오(Green Biotech)는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각종 유용한 물질을 공업적으로 생산하는 산업이다. CJ제일제당의 아미노산(라이신, 메치오닌, 쓰레오닌, 트립토판, 발린)과 식품조미소재(핵산, MSG) 등이 이에 속한다. CJ제일제당은 특히 미생물 발효 기반 친환경 생산기술과 공법에서 특화를 나타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시장의 흐름이 사료용 아미노산에서 기능성 아미노산으로 확장되는 점을 감안, 발효 공법을 활용한 신규 아미노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향후 포트폴리오 영역을 식물 영양, 질병 대응, 친환경 신소재 등 레드바이오와 화이트바이오의 혁신적 신규 품목까지 확장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2016년에는 중국의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를 인수하고 미국의 바이오 기업 메타볼릭스의 지적재산권 등 자산을 사들였다.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린 것도 이를 위해서다. 고수익 사업의 성장을 통해 확보한 자원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기술 경쟁력으로 다시 고부가가치 사업을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화이트바이오, 글로벌 친환경 소재 시장 선점
CJ제일제당이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PHA(Polyhydroxyl alkanoate)를 앞세워 고수익∙고부가가치 글로벌 친환경 소재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생분해 소재 사업은 지난해 연간 1조원, 향후 5년 내 3배 이상 규모까지 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미래 성장성이 매우 높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PHA를 시작으로 화이트바이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 내 PHA전용 생산라인 신설에 나서는 한편,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어 지난 2월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공신력있는 친환경 인증인 'TÜV 생분해 인증'을 취득했다. 이 인증은 소재가 생분해되는 환경에 따라 분류되는데, CJ제일제당의 PHA는 산업/가정/토양/해양의 네 가지 인증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해양 생분해' 인증은 국내 최초이자, 글로벌 기준으로도 극소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6월에는 국내 고분자 컴파운딩 1위 기업인 HDC현대EP와 협력해 화이트바이오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HDC현대EP와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양사는 올해 안에 본 계약 체결과 합작법인(JV)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먼저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PHA와 셀룰로오스 등을 활용해 컴파운딩 솔루션 개발 및 바이오플라스틱 대량생산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CJ제일제당은 PHA 외에도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전반으로 화이트바이오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대량 생산 역량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레드바이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로 신약 개발까지
CJ제일제당은 아주대학교 의료원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으로 지난 7월 생명과학정보 기업 '천랩'을 인수하며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에 나섰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조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컫는다.
CJ제일제당은 수십 년간 쌓아온 차별화된 미생물 기술을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개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주대 의료원은 뇌∙간∙소화기 질환 관련 다수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 분석해 질환별 '인체자원은행(바이오뱅크)'을 구축해 바이오마커, 진단 및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활용 중이다. CJ제일제당은 미생물 연구개발 경쟁력을 극대화해 유용한 마이크로바이옴 후보군을 발굴하고, 아주대 의료원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질병 치료 솔루션 개발을 맡게 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천랩 인수로 그린-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최고 수준의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 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아울러 유용한 마이크로바이옴은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건강사업을 독립조직(CIC)으로 구성하면서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 만큼, 레드바이오와 건강사업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CJ제일제당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외부 투자와 협업을 지속해 왔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 고바이오랩에 투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인 그린바이오와 고부가가치 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에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건강사업을 독립조직으로 구성한 후 논의되고 있는 건강사업부 분할 추진은 아직 검토 중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랑 기자 / yr1116@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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